
퇴직 기념으로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의미 있는 책을 선물로 건네준 며느리가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그 책을 단숨에 읽었다. 마침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퇴직 후 국토순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은 프랑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프랑수아 를로르의 오래된 작품으로 지금도 많이 읽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 퇴직 후의 약간은 정신적인 혼란기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하지 않았을 때 그 책은 퇴직 후의 삶에 지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를 포함한 23가지 행복에 대한 배움을 정리해 놓았다.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느끼고 배운 이야기들은 모두 공감이 가지는 내용들이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핵심인데 “행복은 괴롭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신 법륜스님의 말씀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우리 모두는 위를 쳐다보고 사느라 행복의 실체를 놓치고 산다.
고급 외제차라고 해서 제한 속도 규정을 어길 수 없듯이 억만장자 갑부들도 하루 세끼 이상 먹지 못할 것이다. 더 먹은들 과체중으로 성인병에 걸릴 뿐이다. 대 저택에 사는 이들도 하룻밤 잠자고 일어나는 건 똑같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보고 있다. 물질과 명예와 권력이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게 아님을, 그것들이 영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정도가 지나칠 경우 파멸에 빠지고 불명예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을,
행복을 우리네 삶의 궁극적 목표로 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물질적인 부나 외부 환경에 있지 않고 이성적인 삶의 완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덕을 실천하고 이성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건 중용을 최대가치로 보는 동양철학의 개념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학자는 여건이나 조건을 배제한 삶의 평온과 안락을 행복이라 했고 무소유의 행복을 주장하신 법정 스님은 내려놓고 비워지는 순간 행복과 평화는 찾아온다고 했다. 이 밖에 가난 속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과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라는 말은 물질의 유무가 아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마음의 그릇을 비유하는 것이리라. 가난한 자여 천국이 그들이 것이다. 라고 한 그리스도 정신 또한 풍요 속의 빈곤과 혼란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종교를 떠나 되새겨 보아야 할 덕목이라 할 것이다.
되돌아보니 인생길 평탄한 길은 없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구부러진 길, 하지만 지나고 보니 힘들기만 했던 그 오르막길이 보람과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암흑의 긴 터널 같은 코로나 시대 때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평범한 일상이 행복인 것을, 울타리 같은 가족이 있는 것과 안부를 나 눌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소찬에 하루 세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사는 게 행복이란 걸 깨닫게 해 주지 않았던가?
행복의 현주소라는 주제에 걸 맞는 시가 없을까를 생각하다 본인의 졸시 중 “클로버”라는 시를 골라봤다. 클로버가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는 곳에 산책 나온 일행들이 네잎클로버를 찾는 모습을 보며 시상이 떠올라 지은 시의 일부다.
“가경천 제방 청초함으로 수놓아진 행복이란 이름의 세잎클로버
꼭꼭 숨어있는 행운의 네잎클로버 찾으려는 발길에 짓밟히며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