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쉼표
디지털 쉼표
  • 김금란 부국장
  • 승인 2024.11.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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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빠르고 편한 세상. 기계가 발달할수록 사람의 몸은 편해졌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다. 되려 기계에게 나의 생각까지 정복 당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마저 든다.

오죽하면 인공지능 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생성형 AI가 인류 지능을 넘어서 인간사회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침범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무엇을 사고 싶은지, 어디를 여행하고 싶은지 기계는 안다.

때론 나보다 더 나의 취향을 저격한다.

특히 `손 안에 든 컴퓨터'인 휴대전화는 친구가 없어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여행을 가도 낯선 이에게 길을 묻지 않아도 된다. 앱 지도를 열면 소요 시간까지 알려준다.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기계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국교총이 지난달 한글날을 기념해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원 92%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을 꼽았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실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일부 선진국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규제에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일부 학교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내년 9월부터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동·청소년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디지털 쉼표'라는 초강력 조처를 내놨다.

`디지털 쉼표' 조치란 프랑스 교육부가 지난 9월 신학기부터 중학교 200곳에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물리적으로 금지한 정책을 의미한다. 이 조치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교들은 별도의 사물함을 만들어 학생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 때 돌려준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부터 초·중학교 내 스마트폰 소지는 허용하되 사용은 금지했으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정책네트워크정보센터에 공개된 국가별 교육동향을 보면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교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일부 제한부터 전면 금지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1월부터 핸드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의 모바일 기기 사용을 교육 현장에서 거의 전면 금지한다.

호주는 퀸즐랜드주를 제외한 모든 주의 중·고등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도록 학교에 지침을 내리면서 잉글랜드 내 대부분 학교에서 이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알고리즘의 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며 SNS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5세로 조정하기로 했다. 캐나다의 경우 2024/2025학년도부터 서스캐처원 주 학교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교내에서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조 의원은 학생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 외에는 교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소년들은 교실에서 꿈을 꾸고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청소년들이 휴대전화 속 세상에 갇혀 꿈꾸는 것조차 포기하고 있다. 가끔은 디지털 전원을 끄고 자신의 꿈을 친구나 가족들과 대화로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 쉼표는 청소년들의 숨구멍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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