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IBRIS: THE NEW YORK PUBLIC LIBRARY, 2017)'를 보면서 인간의 여러 면모에 대해 돌아본 적이 있었다.
1.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공감하는 인간): 뉴욕공립도서관(NYPL)은 공감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도서관에 마련된 포토존의 “I am in the public eye(나는 주목받고 있다)”라는 문장이 뜻하는 바가 그 증거였다.
2. 호모 콰렌스(Homo Quaerens, 질문하는 인간): 영화의 대부분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었다. 물음을 이끄는 사람들은 지적인 호기심이 넘쳐나면서도 정중했고, 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논점이 뚜렷하면서도 청중의 분위기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3.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공생하는 인간):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NYPL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이유가 짐작되었다. 방문객들의 탐문에 가까운 집요한 요청에도 최선을 다해 세심한 정보를 제공하는 직원들의 대응 방식과 흑인, 장애인,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소외 계층들을 아우르는 통합의 마인드는 정말 돋보였다. 어쩌면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장소였다.
4. 호모 체어쿠스(Home Chaircus, 앉아 일하는 인간): 150시간의 촬영 분량이 편집 과정을 거쳐 206분의 완성본으로 된 것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206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영상 화면에 집중했다.
5. 호모 보칼리스(Homo Vocalis, 말하는 인간): 프레더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 감독은 “제 카메라는 한 명의 인물만 따라가지 않죠.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모자이크 같은 영화예요. 도서관 속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모여 한 공간을 그리죠”라고 말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영화가 막을 내리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다. J.S.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en)이 흘렀다. 그는 이 영화를 변주곡처럼 만들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서울 서촌 골목에 있는 독립 서점 `책방 오늘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적자를 보면서도 6년째 운영해 온 3평 남짓한 작은 가게라고 들었다. 차제(此際)에 한강이 큐레이션(curation)한 책들로 빽빽한 `한강 라이브러리가 세워진다면 어떨까. 아이들이 그곳의 책들로 베개도 삼고 숨바꼭질도 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도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강대헌의 씨앗 한 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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