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유전자인 `DRD4-7R'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이다.
무작정 떠나는 걸 좋아한다. 안정과 정착은 지루함을 넘어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기차역에서 객창감(客窓感)에 젖는다면 공항에서는 설렘을 느낀다. `날아간다'라는 건 늘 떨림을 수반한다.
청주국제공항이 개항한 날은 4월 28일이다. 날짜까지 기억하는 건 첫 직장인 청주불교방송이 비슷한 시기(4월 25일)에 개국했기 때문이다.
1996년 초 입사해서 청주불교방송 개국을 준비했고, 개국 사흘 뒤 청주국제공항 개항식 생중계에 참여했다.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존재감 호소 수준의 무모한 생중계였다.
개항 초기 그래도 국제공항이라고 일본 오사카와 괌 노선을 열었으나 머잖아 날개를 접고 청주-제주 노선만 간간이 운항하는 국내 공항으로 전락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한항공이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팸투어(FAM tour, 홍보성 여행)'를 다녀오기도 했다.
부산을 경유해 괌으로 가거나 비수기에 떠나는 제주 팸투어였다. 괌 노선은 청주에서 기자들만 탔고, 제주 노선도 승객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청주국제공항은 한때 영화 촬영 전문 공항으로 주목받았다.
이유는 한산해서였다. 10여 년 전 <간첩>, <신세계>, <파파로티> 등 당시 흥행작의 공항 장면에는 어김없이 청주국제공항이 등장했다. 외부는 인천, 내부는 청주가 나오는 수모 아닌 수모도 겪어야 했다. 당시 취재 결과 청주국제공항 임대료는 2시간에 22만 원이었다.
이렇게 `동네공항'이라는 오명을 듣다가 코로나 대유행 직전 연간 관광객 300만 명에 턱걸이하는 등 회생의 기미를 보였으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또 날개가 꺾였다.
그러다가 2022년에 이어 2023년, 승객수가 크게 늘면서 부동의 `TOP 5' 자리에 오르게 됐다. 국토의 서북단 끝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지정학적으로 국토의 한복판에 있어서 다른 지방 공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KTX 분기역인 오송역으로 인해서 공항 접근성이 한결 개선된 점도 크게 이바지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모르지만, 충북선 오송역에서 덜컹거리는 충북선 열차를 타도 불과 16분이면 청주공항역에 도착한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급행을 타도 인천국제공항까지 1시간 넘게 걸리는 것에 비해 탁월한 접근성이다.
향후 천안~청주공항 복선 전철 등 예정된 인프라 구축 사업이 완료되면 수요는 더 폭증할 것이다.
언젠가 행정수도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완전히 옮겨오면 행정수도 관문 공항이라는 위상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정보공개사이트에서 2023년 9월~2024년 9월 전국 공항 이용객 수를 검색하면 청주국제공항 이용객이 492만2495명이다.
2023년 청주시가 막판에 추월했던 대구국제공항 375만333명과는 120만 명이나 차이가 난다.
이어 광주가 213만8501명이다. 이제 청주국제공항은 인천, 제주, 김포, 김해를 뺀 지방 공항 가운데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됐다.
더 고무적인 것은 국제선의 날갯짓이다. 9월 2일 개항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고, 9월 말 기준으로 111만7332명을 기록 중이다. 종전 최고 기록이 2016년 61만406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두 배를 넘어설 태세다.
이제 청주국제공항은 충북을 넘어 경기, 충남, 강원, 전북, 경북은 물론이고, 서울 남부를 아우르는 거점공항이다.
민간활주로 개설과 활주로 길이 연장 등이 더는 충북도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토교통부가 주축이 돼서 청주국제공항 기반시설 확충을 고민하는 게 맞다.
화요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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