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화가들의 나들이' 현수막이 걸렸다.
`왁자지껄 문화 교실'에서 준비한 작품 전시를 알리는 현수막이다.
천막 안 전시장에는 56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작품을 담은 소박한 도록도 입구에 준비했다. 설성문화제 개막과 함께 천막 갤러리도 조촐한 개막식을 가졌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작품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먼 곳에서 온 관광객은 물론 작가의 자식들이 손주를 앞세우고 찾아오기도 했다. 가족뿐 아니라 지인과 관광객도 작품명을 단 그림 앞에서 한참씩 머물고는 했다.
다음날 가보니 그림 앞에 금딱지가 많이 붙었다. 80%가 넘는 작품이 팔렸다고 했다.
91세 H 어르신의 「나도 한때는」, 90세의 J 어르신의 「너를 보며 나를 생각하네」의 그림을 포함한 작품이었다.
옹이진 손마디에 색연필을 잡고 꽃송이를 피워낸 아주 특별한 그림이다. 대부분은 작가의 자식이나 지인들이 구매해 갔다. 고령의 작가를 응원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마음이 느껴져 빙긋 웃음이 나왔다. 판매 금액의 일부는 불우이웃돕기에 쓰일 예정이다.
소이면 비산1리 마을회관이 `왁자지껄 문화 교실'이다.
92세~84세의 어르신 다섯 분, 동네 부녀회원, 귀촌한 이웃, 나를 비롯해 인근 마을에서 온 수강생까지 모두 26명이 그림을 배우고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먼저 온 회원들이 유모차를 밀고 들어오시는 어르신을 맞이한다. 어쩌다 결석한 어르신이 있으면 전화로 확인하고 부녀회장님이 집으로 찾아가 모시고 온다. 모두의 부모님이고 형제자매다. 서로가 알뜰히 챙기며 왁자지껄한 교실 분위기가 언제나 정겹다.
봄부터 마을회관에서 수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로 부족함이 없는지 뒤에서 묵묵히 보살피는 분이 있다.
우리는 그 분을 교장 선생님이라 부른다. 교장 선생님은 마을 가꾸기 공모사업을 계획하여 지원금을 받아 교실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모두 책상에 앉으면 그림 삼매경에 빠진다.
보태니컬아트 수업 시간 교실은 열기로 후끈하다. 뾰족한 색연필의 섬세한 터치로 손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과일이 열리고, 싱싱한 채소가 생명을 얻는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삶의 꽃을 피우기 위해 그 긴 세월을 힘겹게 보낸 분들이다. 시집온 이후로 한 마을에서 서로 의지하며 평생을 살아오셨다. 기쁨도 아픔도 함께한 어르신들은 숙제를 모두 마치고 이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는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다. 마음을 나누고 그림에 의미를 더하며 상대방의 마음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왁자지껄 문화 교실'의 백미白眉는 간식 시간이다. 수강생들이 저마다 들고 온 간식거리는 교실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끈다.
제철 과일은 물론 수확한 감자 고구마를 쪄 오기도 했다.
삼복더위에는 부녀회에서 마련한 삼계탕 파티가 마을 잔치로 이어졌다. 개인주의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심이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도시를 생각할 때 나는 이곳의 따뜻한 정서가 좋다.
`서툰 화가들의 나들이'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험한 시대를 건너며 일생을 수고하셨을 어르신들. 고단했던 시간을 건너 이제 그림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신 분들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한해를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내년에도 또 행복한 나들이를 할 수 있기를.
生의 한가운데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