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기계적 재활용(MR)은 폐플라스틱에 물리적 힘을 가하여 잘게 부순 뒤 이를 성형하여 재활용하는 방법이고, 화학적 재활용(CR)은 플라스틱의 고분자 구조를 열이나 촉매 반응을 통해 중간원료나 납사(Naphtha) 상태로 해중합하였다가 다시 플라스틱으로 재중합하는 재활용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열적 재활용(TR)은 플라스틱을 태워 그로부터 에너지를 회수하는 재활용 방법을 말한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3조는 흔히 말하는 `재활용'을 재사용(Re-use), 재생이용(Re-cycle) 및 에너지회수(Re-cover)로 세분하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 재사용하고 재사용이 곤란한 것은 재생이용하며 재생이용이 곤란한 것은 에너지 회수를 하도록 재활용에 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이는 탄소배출의 관점에서도 올바르게 설정된 우선순위라고 볼 수 있다. 재사용, 재생이용, 에너지회수의 순서로 탄소배출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의 위와 같은 내용에 비추어 플라스틱의 재활용 방법들을 다시 살펴보면, 열적 재활용이 앞선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보다 후순위에 서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은 어느 것이 반드시 다른 것에 비해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각기 장단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은 탄소배출과 에너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제품의 물성이 떨어지고 재활용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할 염려가 높다.
반대로 화학적 재활용은 투입되는 에너지와 탄소배출은 다소 높은 대신 새 플라스틱과 동일한 물성 및 청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화학적 재활용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를 담은 언론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달 11일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친환경 재활용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였다는 보도에 이어 23일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미국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을 상대로 그간 엑손모빌이 화학적 방식으로 재활용하였다고 주장한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원료가 아니라 연료로서 사용되었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은 이른바 그린워싱이라는 주장으로까지 이를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학적 재활용도 어느 정도까지 해중합을 하였다가 재중합을 하느냐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 국내 모 대기업 계열사는 기존의 Pyrolosis 대비 최소화된 에너지와 탄소배출로 해중합을 하는 Glycolosis기술을 개발하여 탄소배출을 저감한 화학적 재활용을 하고 있다.
또한 기계적 재활용이 곤란한 오염된 플라스틱도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서는 신품과 동일한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화학적 재활용이 가진 이러한 장점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화학적 재활용을 그린워싱으로 폄하하고 재활용의 방법에서 배제한다면 기계적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무조건 열적 재활용의 방법으로 태워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러한 방법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정한 재활용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 위원회(INC-5)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화학적 재활용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이 초안에 화학적 재활용이 어떻게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넷제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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