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락과 재미
천상락과 재미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4.10.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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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아침이면 동네 길바닥을 정성스럽게 쓸고 계시는 어르신이 있다. 교당에서 가까운 곳에 사시는 어르신이다. 청소를 할 때 인사를 드리면 반갑게 대꾸해주신다. 당신 집 앞만 하시지 힘들게 왜 동네 전체를 청소하냐고 여쭈면 심심해서 소일거리 삼아 한다고 하신다.

필자는 어르신의`심심해서'라는 말이 충격적이면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심심해서 내 몸을 움직여 다른 사람의 이익을 만들 수도 있구나. 어르신은 매일 동네를 청소하면서도 바라는 게 없으셨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고 무엇인가 보상을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심심해서 할 뿐이다.

심심해서 공익을 위해 일을 한다. 쉬울 것 같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미 DNA에 선행의 인자가 새겨져 있는지 모르지만 언제나 자기 시간을 활용해 많은 사람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을 즐겨하는 이들이 있다.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아직 한 번도 심심해서 공익을 위한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심심하면 재미있는 것을 찾았고 주로 말초 감각을 자극시키는 일들이었다. 어르신이 심심해서 동네를 청소한다는 말은 동네를 청소하는 일이 심심함을 없애준다는 말이다. 그 일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범부들은 인간락에만 탐착하므로 그 낙이 오래가지 못하지마는 불보살들은 형상 없는 천상락을 수용하시므로 인간락도 아울러 받을 수 있나니, 천상락이라 함은 곧 도로써 즐기는 마음락을 이름이요, 인간락이라 함은 곧 형상 있는 세간의 오욕락을 이름이라, 알기 쉽게 말하자면 처자로나 재산으로나 지위로나 무엇으로든지 형상 있는 물건이나 환경에 의하여 나의 만족을 얻는 것은 인간락이니 과거에 실달(悉達)태자가 위는 장차 국왕의 자리에 있고 몸은 이미 만민의 위에 있어서 이목의 좋아하는 바와 심지의 즐거워하는 바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락이요, 이와 반면에 정각을 이루신 후 형상 있는 물건이나 환경을 초월하고 생사 고락과 선악 인과에 해탈하시어 당하는대로 마음이 항상 편안한 것은 천상락이니 옛날에 공자(孔子)가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을지라도 낙이 그 가운데 있으니, 의 아닌 부와 귀는 나에게는 뜬 구름 같다” 하신 말씀은 색신을 가지고도 천상락을 수용하는 천인의 말씀이니라. 그러나 인간락은 결국 다할 날이 있으니, 온 것은 가고 성한 것은 쇠하며, 난 것은 죽는 것이 천리의 공도라, 비록 천하에 제일 가는 부귀 공명을 가졌다 할지라도 노·병·사의 앞에서는 저항할 힘이 없나니 이 육신이 한 번 죽을 때에는 전일에 온갖 수고와 온갖 욕심을 다 들여 놓은 처자나 재산이나 지위가 다 뜬 구름같이 흩어지고 말 것이나, 천상락은 본래 무형한 마음이 들어서 알고 행하는 것이므로 비록 육신이 바뀐다 할지라도 그 낙은 여전히 변하지 아니할 것이니 비유하여 말하자면 이 집에서 살 때에 재주가 있던 사람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갈지라도 재주는 그대로 있는 것과 같나니라.'

필자는 그 어른 같은 분들이 불보살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른이 느끼는 즐거움이 천상락이다. 불보살이 멀리 있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고 선행을 베풀고 내가 희생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 불보살이 아니고 누가 불보살이 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출가를 했으니 성불제중이 목표인 사람이다. 불보살이 즐기는 천상락을 나도 즐기고 싶다.

요즘 젊은사람들은 삶에 있어 중요한 조건을`재미'로 삼는다. `재미'는 어떠한 무엇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재미'는 내가 붙이는 것이다. 내가 즐겨할 것을 찾아 그것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다. 기왕이면 천상락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필자 역시 노력할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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