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서의 `앙코르'에 대한 생각
오페라에서의 `앙코르'에 대한 생각
  •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 승인 2024.09.25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에 칭찬보다 좋은 것은 없다. 좋은 이야기 구절 중에서도 보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집 강아지 모찹이도 예쁘다고 칭찬해 주면 신나게 달려와서는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고, 입을 옆으로 찢으며 좋아한다. 그래서 칭찬은 성인군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최고의 명약 중의 명약이다.

음악에서는 연주자가 연주를 끝나고 난 후 연주를 한 사람에게 관객이 박수를 하거나 소리를 질러 다시 한 번 노래하거나 연주하기를 청하는 것을 `앙코르'라고 한다. 또 한 좋은 평을 받은 연극이나 영화 따위를 다시 한번 상영하거나 방송하는 일도`앙코르 방송'을 한다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그동안 방송했던 작품들 가운데 시청률이 높고 작품성이 뛰어났던 작품들을 모아`앙코르 방송'하는 것을 보았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던 그 작품이 앙코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보통 회의할 때 앞사람의 의견이 훌륭할 때 재청한다고 외치기도 한다. 그렇다. 음악에서의 최고의 칭찬은 바로 `앙코르'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있는 `앙코르'가 지난 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큰 시빗거리가 되었다.

사건은 오페라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끝났을 때였다.

무대 위 테너 가수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무대에 나와 손을 휘저으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멈췄다. 지휘자가 음악을 계속했지만, 게오르규의 몸짓은 더 격렬해졌다. 이내 오케스트라 연주가 멈췄다.

이처럼 연주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킨 소프라노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건 독창회가 아닙니다. 퍼포먼스예요! 나를 존중해주세요!”라며 테너 가수가 앙코르 무대를 갖는 감동적인 순간 방해를 놓았다.

앙코르를 즐기던 청중들이 놀라 웅성거리는 사이 오페라는 이어졌다. 여자가수의 이해 하지 못할 행동으로 오페라를 보기 위해 왔던 많은 관객은 큰 실망감을 갖고 돌아가게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는 `앙코르'였다. 오페라에서 앙코르는 통상 잘 나오지 않는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 성악가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다. 2008년에는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연대의 딸' 중 극고음으로 유명한 `아! 친구들이여'를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앙코르로 불러 화제가 됐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1994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토스카' 공연 중 앙코르를 불렀다. 이런 극적인 장면에서의 `앙코르'는 관객들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이기도 하다.

물론 순수하게 오페라를 즐기는 관객들에겐 예정에 없던 `앙코르'가 극의 흐름을 깨기도 하고, 연기에 몰입해 있던 다른 출연자들의 연기 흐름을 깰 수 있다.

다만 게오르규처럼 너무 흥분하고 과한 항의가 일부의 관객들에겐 불쾌감을 줄 것이다.

특히 이날 앙코르를 받은 테너 가수는 큰 박수를 받고도 얼마나 멋쩍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페라 도중의 `앙코르'에 대한 생각은 음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맡겨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