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뜨거운 감자 `리튬'
전기차 배터리의 뜨거운 감자 `리튬'
  • 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 승인 2024.09.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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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 탄소중립위원장 지니플㈜ 대표이사

잇단 전기차 화재사고로 배터리 공포증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화재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는데 이어 드론 교육장에서도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도 감소하고 있다. 급기야 내연기관차 생산중단에 앞장서는 유럽에서도 이를 전면 재조정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화재예방법 시행령을 개정, 리튬 배터리를 특수가연물(불이 나면 연소 확대가 빠르고 소화가 곤란한 물질)로 지정하고 관리 기준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또 리튬 저장·처리시설의 외벽 마감 재료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로 강화하고, 화재 위험성이 높은 전지 공장 등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 관리하기로 했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물질은 바로 배터리 제조의 핵심소재, 리튬이다. 리튬은 현존하는 고체 물질 가운데 가장 가볍고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하얀색을 띠고 있어 하얀석유, 백색황금으로 불릴만큼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심지어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명명되고 있을 정도다.

에드콘웨이는 <물질의 세계> 책을 통해 이 땅위에 역사를 움직이는 물질로 모래-소금-철-구리-석유 다음으로 리튬을 꼽고 있다. 6가지 땅속의 물질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통찰하고 있는 작자는 현대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리튬이 왜 매혹적인 물질이고 미래를 움직이는 물질인지 설명하고 있다. 리튬은 빅뱅 당시 수소, 헬륨과 함께 창조된 세가지 원시 원소로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리튬 같이 가볍고 전도성이 뛰어나고 에너지를 잘 저장하고 전기화학적 특성을 모두 갖춘 원소는 지구상에 없다. 또한 무척 가벼워서 기름 위에 뜨고 아주 물러서 식칼로도 자를 수 있지만 반응이 매우 빨라 물과 공기가 닿았을 때 거품이 일거나 폭발한다고 소개한다.

가볍고 에너지저장 능력에선 리튬을 능가하는 물질은 없다. 이 때문에 리튬은 강력한 배터리 핵심소재로, 21세기 현대사회의 핵심물질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속성을 지닌 리튬이 처음부터 관심을 끌었던 건 아니다. IT산업의 성장과 스마트폰 및 각종 전자제품이 생활용품으로 자리잡아가면서 리튬전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파리기후협정 이후 탄소감축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각 나라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관심이 증폭됐다.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10~15%에 이르고 있다. 적지않은 배출량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생산중단 시기를 공표하는 등 나라마다 전기차 생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음은 당연지사다.

그러다 보니 배터리의 핵심 물질인 리튬의 생산지, 추출기업, 설계업체도 함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소금 리튬 생산국인 칠레의 아타카마 소금사막, 세계 최대 리튬생산국 호주, 정제와 추출 영역을 지배하는 중국에 이어 최근 이란이 세계 2위 규모인 850만t 매장량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해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리튬 배터리 전쟁이 수면하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비록 지금은 전기차인기가 시들해졌지만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전기차 생산은 불가피하고 리튬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화재발생 없는 안전한 배터리 기술을 찾아내고 전기차 생산 전생애주기 동안 탄소배출 감축 대안을 찾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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