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령운전자의 면허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7월 서울에서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운전자 고령화에 따른 사고 우려가 높아지는 속에서 다시 대형사고가 터진 까닭이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북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차로를 가로질러 상가 가게를 덮쳐 1명이 숨지고 운전자를 포함해 5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10시32분쯤 70대 남성 A씨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미아역 인근 골목 이면도로에서 도봉로로 빠져나오다 우회전을 하지 않고 갑자기 6차선 대로로 질주했다. 차는 대로 중앙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난간을 뚫고 그대로 건너편의 도로변 상가 1층 햄버거 가게를 덮쳤다.
이 사고로 길을 가던 80대 여성 1명이 치여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운전자도 중상을 입었으며 차 돌진 후 파편을 맞은 행인 3명과 가게 손님 1명도 다쳐 치료받고 있다.
사고 지점에서 370여m 떨어진 곳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하마터면 등·하굣길 학생들을 덮치는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가 과실에 의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앞서 지난 7월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도 차량의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다 보니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유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고령화와 맞물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이 늘면서 안전 대책 강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충북에서도 고령운전자로 낸 교통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음성군 감곡면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중학교 1학년 B양(14)과 고등학교 1학년 C양(17)이 77세 노인이 몰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충북도내 자치단체들이 `면허반납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반납률이 저조하고 효과도 미미하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65세 고령운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19.8%(16만1527명)로 집계돼 2022년 대비 8.4%p(14만7954명)로 증가했다.
이는 고령운전자 전국 평균 18.4% 대비 1.4%p 높은 수치다.
이러한 흐름은 고령운전자 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충북의 전체사망자 대비 고령운전자(가해) 사고 비율은 지난해 27.7%(잠정)로 조사돼 2022년 23.2% 대비 4.5%p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가 빈번해지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인센티브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반납률은 저조하다.
충북의 고령운전자 면허증 자진 반납은 2023년 기준 2893명으로 전체 고령운전자의 1.8%에 그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438만7358명의 고령 운전자 중 2.6%(11만2942명)만이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정부는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면허를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조건부 면허제는 특정 연령과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정밀 평가해 일정 조건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도록 한 제도다. 고위험 운전자의 교통안전 확보와 이동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령운전자 자격논란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서둘러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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