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란 그림책이 있다.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여타 그림책은 표면에 드러난 참여자가 작가, 화가인 반면 그림책 <어른>에는 작사가 1·2, 작곡가, 연출가 그리고 극작가의 의도가 담긴 그림책이기에 그리 말하고 싶다. 이 정도 되면 눈치를 챘을 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 수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라 꼽는 「나의 아저씨」, 그 안에 삽인 된 이지안 테마 곡인 `어른'의 가사에 그림을 입혀 펴낸 그림책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사람에 감동하고 싶'은 극작가 박해영의 생각이 작품 전체에 녹아 있다. 요란한 능력을 갖추진 않았지만 심연에 있는 인간 근원에 깊게 닿아 있는 등장인물들의 고뇌하는 일상은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소하거나 소소하다고 여기는 일상에서의 일들이 주는 감동의 무게를 찾게 한다.
그림책 <어른>에도 고스란히 흐른다. 글과 그림 그리고 운율에서도 스며있다.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 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라며 지치려 할 때 작사가 서동성은 이 글 속에서 잠시 쉬어가길, 한숨 돌리며 주변도 둘러보는 여유를 갖길 바라는 소원을 담았단다. 그러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소소한 이타심이 주는 작은 온기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길 바란단다.
또 다른 작사가 이치훈은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젠가 한 번쯤은 따스한 햇살이' 내리기는 할지…. 단념하고 싶은 마음이 혹여라도 스멀대며 움직일 때도 있을 수 있다 읊조린다. 그러나 모든 삶은 외롭고 눈물겨우니 버텨 내라 다독인다. 빈 손인 삶, 그 빈손마저 쓸어갈 땐 그 아픔을 온전히 아파하며 대면하면 어떨지 조심히 권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등장인물들, 처절하리만큼 가슴 저린 아픔을 안고 있다. 그러기에 김원석 감독님은 작곡가에게 어둡거나 무거운 내용은 가급적 담지 않기를 요구했단다. 작곡가 박성일이 격정적인 성장통에 관한 시간을 담담한 음률의 이야기에 담은 이유다. 나만이 겪는 아픔이 아님을 알길 바라며, 고통스러운 성장통의 과정 속에서도 사소한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다.
그들 모두의 의도를 알고 난 후 <어른/작사 서동성·이치훈/그림 곽수진/언제나북스>를 재독 하면 그림책의 글과 그림이 주는 감동을 오롯이, 충분히 즐기며 느낄 수 있다.
사전적 의미의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 규정지어 있다. 책임! 중요하다. 나를 지키는 것에도 주변인을 보호하는 것에도 책임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 보는 기준 중 1위에 둘 만큼 난 중요시 한다. 그러나 때론 그림책 <어른>에서 그들이 얘기하는 `눈을 감아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개이'길 바라며 책임의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을 밟아봐야겠다.
<어른/작사 서동성·이치훈/그림 곽수진/언제나북스>의 마지막 글처럼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이 웃어줄까' 기대하며! 그곳에서 어른으로서 위안을 받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