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현금성 저출생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불협화음을 냈다.
이번에는 초(超) 다자녀가정 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김 지사와 이 시장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불거졌다. 저출생 대응 대책이라는 취지는 퇴색되고 갈등만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 시장이 사업에 반기를 들었다. 이 시장은 지난 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자체들의 현금 경쟁은 소모적이고 아무 효과가 없어서 취임 초부터 김영환 충북지사에게 (공약 포기를) 건의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재정을 거론하며 “지난 정부에서 중앙의 많은 재원을 지방, 대부분 광역시로 이양했는데 충북도가 현금성 지원사업에 대해 효과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일선 지자체는 재정이 열악하니 강원도나 충남도처럼 도비를 더 많이 부담해 추진할 것을 건의드린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김 지사는 12일 충청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초 다자녀가정 지원 등 현금성 복지사업에 대한 청주시의 불참과 관련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두고두고 어떤 정책이 옳았는가에 대한 도민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 문제가 있는데 그냥 이렇게 넘어갈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갈등의 발단이 된 초 다자녀가정 지원 정책은 자녀가 다섯명 이상인 초 다자녀가정에는 0세부터 18세까지 자녀 한 명당 매년 100만원(지역화폐)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시군의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재원은 도와 시군이 4대 6으로 분담하는 구조다.
이 시장도 복지사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김 지사 측이 `즉흥적'으로 현금성 복지사업을 발표하고 동참을 요구하고 나서자 불만을 드러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지사는 취임이후 출산육아수당과 임산부 산후조리비 지원 등 저출산 대응 방안으로 현금성 복지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와 마찰을 빚어왔다. 그렇더라도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김 지사의 입장은 십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금성 복지사업을 늘리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군은 자체 공약에다 지사의 공약까지 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만큼 재정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도내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는 청주시가 사업에 반기를 든 것도 수긍이 간다.
무엇보다 생색은 김 지사가 내고 시·군은 수발드는 형국이니 거부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도와 시의 갈등으로 비치는 지금의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우선 소통의 물꼬를 트는게 필요하다.
서로 만난다고 현안들을 쾌도난마식으로 풀어낼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자칫 양측 간 더 큰 견해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만나야 하고 서로 소통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무상급식 분담률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을 당시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회동한 뒤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었다.
안정적인 도와 시 관계는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한 필요조건이자 선거 때 표를 준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할 수 있다.
시각차를 좁히는 출발점은 두 수장의 만남이다.
성과물에 집착하지 말고 일단 만나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으로 풀 것은 풀기 바란다. 21일 회동에서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현명한 해법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