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와 사실로 구하라
순리와 사실로 구하라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4.07.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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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이 있다. 시험을 보았다. 아직 시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학생은 합격을 간절하게 원한다. 합격 발표는 내일이다. 학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간절히 기도한다. 제발 합격 시켜 달라고. 누가 들어도 저 학생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인정을 할 순 없다. 모두가 어리석은 학생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저 학생과 같이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내가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좋길 바라는 어리석은 행동 말이다. 공부를 해야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이 순리이며 사실이다.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시험을 잘 보는 것은 역리이며 허망이다. 사람들은`기도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그 기도 내용을 들어보면 모두 역리이며 허망이다.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것, 건강하게 해 달라는 것들 말이다.

순리는 인과다. 일을 한 만큼 돈이 들어온다.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살며 삼시세끼가 불규칙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몸은 건강할 수 없다. 지금 건강하더라도 몸 속에서는 수많은 성인병과 질환이 발아하고 커나가고 있다. 일정 나이가 되면 그것들이 무르익어 중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순리이며 사실이다. 기도는 최선을 다 한 사람이 마지막 기운을 모으는 일이다. 기도는 내 삶의 일기를 하늘에 고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하늘은 그것에 감응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소통하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 순리와 사실로 구하고 하루하루를 살면 그것이 만사형통의 길이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인생사에 있어 대기사(大忌事·크게 꺼리고 피해야 할 일)는 없다. 역리와 허망으로 구하고 하루하루를 살면 인생이 온통 가시밭길이다. 왜 나에게만 이렇게 고통과 불운이 닥치는 거냐고 하소연하며 사는 일이 다반사다. 순리와 사실로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리와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뜻밖의 행운에 경망스럽게 기뻐하지 않으며 뜻밖의 불운에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순리와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아주 작은 결과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기뻐한다. 내가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공기가 있고 땅이 있고 사람들이 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행운이고 큰 은혜이기에 감사할 일 투성이인 것이다.

순리와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이며 은혜이며 뜻밖의 큰 행운이다. 온통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이 누구나 자기를 좋게 하려는 한 생각이 없지 아니하나, 구하는 데에 있어서는 혹은 순리로, 혹은 역리로, 혹은 사실로, 혹은 허망하게 각각 그 지견과 역량을 따라 구하므로 드디어 성공과 실패의 차를 내게 되나니라. 순리로 구하는 사람은 남을 좋게 하면서 자기가 좋아지는 도를 행하므로 한없는 낙원을 개척하게 되고, 역리로 구하는 사람은 자기만 좋고자 하여 남을 해하므로 한없는 죄고에 빠지게 되는 것이며,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모든 복락을 이치에 따라 당처에 구하므로 그 성과를 얻게 되고, 허망으로 구하는 사람은 모든 복락을 알 수 없는 미신처에 구하므로 필경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나니라. 그런데, 세상에 순리와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적고 역리와 허망하게 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직도 정법이 널리 미치지 못한 연고요, 일체 인류의 정신이 고루 깨치지 못한 까닭이라. 만일 순리로 구하는 도와 사실로 구하는 도가 밝아질 때에는 곧 태양의 광명이 중천(中天)에 오름과 같아서 자타와 피차가 다 화(化)함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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