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아이들과 작곡 수업을 진행했다. 크롬 뮤직 랩이라는 사이트 속 송 메이커라는 앱을 활용하고 앱 상의 작품을 악보로 표현해보는 과제를 내주었다. 아이들에게는 많은 말보다 한 번의 예시 자료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예시 작품을 먼저 만들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왔다갔다 나는 지쳤다.'의 문장을 표현한 음악이었다. 16분 음표로 쪼개어진 많은 음표가 격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마지막에 4분 음표의 강한 하행 도약음으로 마무리한 짧은 선율이다.
선율을 먼저 들려주고 문장을 소개하니 아이들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보였다. 음악과 문장의 합치성이 좋았나보다. 아이들에게 문장을 하나 만들고 그 문장을 표현할 수 있는 선율을 작곡해보라고 했고 어떤 학생들은 그 순서를 달리하여 선율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표현하는 문장을 붙이기도 했다. 어쨌든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생각, 학교생활의 모습,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 등에 대해 다양한 문장과 선율을 만들어냈다. 그 중 많은 아이가 표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있었다. 빗소리였다.
계절적으로 비가 자주 내린 탓도 있겠지만 비는 물방울이 하늘에서 응집하여 땅으로 떨어지는 자연현상임에도 많은 예술 작품의 대상이 되어왔다. 비는 음악적으로는 소리도 동반하기 때문에 비와 관련된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강한 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하니 한여름의 퍼붓는 빗줄기와 강력한 자연 에너지는 음악으로 표현하기 좋은 소재일 것이다. 비발디 협주곡 사계의 여름 중 3악장은 이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잘 표현한 곡으로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예로 들 수 있다. 피아노 왼손 반주에서 지속적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처음의 청아한 오른손 상부 선율은 또르르 창가에 맺혔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표현하는 듯하다. 이 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비가 내리는 바깥 현장에서 듣는 빗소리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이 곡은 당연히 비가 오는 날 실내에서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정취에 대한 음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중간 부분은 무겁고 느리게 내리는 두꺼운 구름에 빛이 가려진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다가 다시 빗줄기가 약해지고 얇은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지는 어느 날에 대한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가 내리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고 저기압 등으로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상하게 초등학생 때부터 비가 올 것을 무릎뼈가 알려줬을 정도로 비 오는 날씨에 신체가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 습도도 높고 지치고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면 빗방울 전주곡이나 클래식 음악 감상으로 기분을 환기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이 매우 돋보이는 요즘 하나의 곡도 여러 연주자별로 감상해보는 재미도 있으니 찌뿌둥하고 짜증이 날 수 있는 날씨를 클래식 음악과 함께 극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