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가렵다/자음과모음》에서 작가 김선영은 `불안'을 화두로 삼았다. 불안, 그것은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알 듯 모를 듯 슬며시 혹은 폭풍이 휘몰아치듯 말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 불안이 너에게도 있고 나에게도 있다고 말한다.
안정된 가정의 일원이고자 하나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에 불안해하는 중학교 2학년의 아이들, 미래가 확실한 사랑을 원하는 수인과 달리 성공만 좇는 연인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도서관 사서 그리고 어디가 가려운 줄도 모른 채 가려워 죽겠으니 좀 긁어 달라고 아우성치는 학생들이 사고라도 칠까 불안해하는 선생님들! 책 속에서 보여주는 불안의 군상들이다.
그들이 향하려 하는 시기, 그즈음이면 편안해 지리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향하는 시기인 60대! 책 속에서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들 못지않게 새롭게 다가오는 불안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시간이다. 너무나도 건장한 때에 맞이하게 되는 정년!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뚝 끊기는 것을 겪어야 한다는 거다. 가정을 꾸려 탄생한 가족들이 사회에 발 디딜 바탕이라 여겼던 월급의 단절을 가장들은 `역할을 하지 못함'이라 여기기에 불안이 폭포수처럼 다가온단다.
이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 인간의 어떤 심리와 마주 보며 자라는 것일까?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에 대한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단계를 구분했다. 태어나 삶을 살아가면서 시간과 함께 욕구도 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인간에게 내재 되어 있는 이런 욕구들이 똑 고르게 성장하면 좋으련만….
그 욕구라는 것이 사람마다 분포도 다르고 마음속에서 자리하는 덩치 또한 다르다고 한다. 하여 사람은 제각기 좋아하는 분야도 다르고, 만족감의 수위,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등 자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라 한다.
<미치도록 가렵다>에서는 그 단계 단계에서 미흡한 욕구 충족이 낳은 불안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기본이 되는 생리적 욕구, 이를 해결하기 위한 표현의 방편인 언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해머는 어긋난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한다. 감각적 의사소통보다 망치에서 품어 나는 힘을 암묵적인 표현이라 여기며 성장하는 중이다.
기본적인 욕구가 어지간히 충족된 후에야 상위 욕구들이 활발하게 성장하며 그 단계의 주머니들도 점점 커진다. 아이들과 다른 위치에 있는 도서관 사서인 수인. 1?2차 적 욕구는 무난히 거쳤으나 소속과 애정의 욕구에서 곤혹을 치른다. 오래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학교라는 조직 속에서 수인은 변화를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거기에 사적인 `애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가족이라는 안전한 집단에 귀속되고자 하는 수인과 달리 율은 미래가 확실한 자기 존중 욕구를 위해 떠난다. 수인은 사회적 고독 속에서 소속에 대한 욕구로 늘 불안해 한다.
이렇듯 다양한 욕구를 채우지 못해 불안한 사람들은 여기저기가 가렵다 한다. 늘 불안 속에서 살면서도 왜, 무엇 때문에 어디를 긁어야 가려움이 해결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어찌 인간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또한 제각각임을 알고 그 불안을 발판 삼아 욕구를 채워가며 조화로움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려는 `일상을 사랑하는 아이 아니 사람'이 되길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너울너울 춤을 추는 불안은 너도 다스릴 수 있고 나도 다스릴 수 있다고 또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