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등 8개 국가에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을 더 많이 느끼는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인지적 활동에도 더 적극적이었다.” 지난 29일 여수에서 개최 중인 미래교육박람회 국제세미나에서 미호 타구마(OECD 교육2030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교사의 자기효능감
교사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은 자신의 교육적 능력과 신념이 학생들의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자기효능감은 개인의 성취경험, 실패를 극복한 경험, 영향력 있는 사람의 구체적인 피드백,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 유·초·중등 교사의 질적 수준은 OECD국가 34개국 중 최고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무지무지 잘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교사들의 근무 기간이 늘어날수록 자기효능감은 떨어져 20년 정도 근무한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무엇이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을 이렇게 떨어트렸을까. 교사가 자기효능감을 가지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문제는 평가시스템이야!
해방 이후 11번 국가수준교육과정이 개정되었지만 수능은 여전히 오지선다형이고 교사들의 전문적인 평가권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시험문제를 출제한 경험이 있는 교사라면 알고 있는 업계의 비밀이 있다. 문제를 출제하면서 학생의 성취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좋은 문항 개발에 쏟는 노력보다 그 문항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오답을 만들기 위해 더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교사에게 제대로 된 평가권이 주어진다면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친 것의 결과를 이곳저곳 눈치 보지 않고 전문가적 견지로 당당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드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평가결과 그 자체가 학생의 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면 학생이나 학부모의 교사를 보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로 인해 교권이 보장될 것이며 교사의 자기효능감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권침해 사안이 초등학교에 집중되는 것은 교사의 평가권이 없고 있어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이제 학교는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평가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요청되고 있다.
# 새로운 도전, IB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은 국제적인 표준을 지향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국제적 시각과 학문적 엄격성을 강조한다. 주로 선진국 중심으로 도입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몇 개 시도와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IB과정의 적용에 대한 찬반 의견은 다양하지만 우리 공교육 체재에 새로운 돌파구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IB과정 운영은 교사들이 끊임없이 연수하고 국제인증기구로 부터 모니터링 받아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권과 피드백을 시스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IB과정을 학생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가기에 소위 귀족학교에서만 운영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제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학교에 다니든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다면 국가가 그 비용을 지원해서 누구든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이제 이 정도는 지원할 수준에 와있다.
가장 큰 난제는 IB과정을 운영해 나갈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교사 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것을. 뛰어난 교사들이 IB교육과정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맛보기 시작하면 그들은 날아다닐 것이다. 이제 우리 교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