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레이크파크의 소프트웨어 문화유산
충북 레이크파크의 소프트웨어 문화유산
  •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2.07.3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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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의 정책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코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이다. 충주호, 대청호, 괴산호 등 757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저수지, 그 주변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명산과, 문화유산 등을 연계해 국내 최대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이 정책은 단순한 관광 활성화 정책을 넘어, 충북만의 독자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도지사의 강력한 의지에서 담겨 있기에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정책의 중심에는 때 묻지 않은 충북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다. “청풍명월”이라는 이름처럼 맑고 청명한 충북의 자연은 그야말로 지역의 자랑이자 정체성이며, 이번 레이크파크 정책의 하드웨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라 할지라도 이를 채워줄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무용지물. 결국 어떤 소프트웨어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하드웨어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진다. 충북 레이크파크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충북 레이크파크 소프트웨어의 중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수천 년간 이 땅을 지키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구석기시대 단양 금굴 앞에서 돌을 깨 석기를 만들었던 선사인들부터, 나라의 명운을 걸고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치렀던 삼국시대 장수와 병사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어 냈던 고려의 장인들, 남한강과 속리산의 뛰어난 경관에 수많은 시와 그림을 남겼던 조선시대 문인들, 댐 건설로 정든 고향집을 떠나야 했던 1980년대 수몰민들, 그리고 수많은 위기를 헤치며 지금 현재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까지. 수천 년 동안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땅속에 있는 지층처럼 켜켜이 쌓여, 단단히 우리의 정신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땅속의 지층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이 소중한 이야기들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우리들 정신과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어서, 평소엔 잊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우리에게 그 소중한 이야기를 편린처럼 전하는 것이 바로 문화유산이다. 선조의 수많은 값진 이야기 중 가장 빛나게 남은 조각들. 우리는 그 조각들을 통해 선조의 이야기를 돌아보고 그 이야기가 담긴 책을 털어내 다시 열어보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충북 레이크파크 주변의 문화유산을 하나만 떠올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해보자. 음. 중원문화를 상징하는 충주 고구려비와 단양 신라적성비는 어떨까? 둘 다 국보이고, 1970년대 발견되었고 무슨 왕 때 세워졌고 이런 어려운 이야기 말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한번 상상해보자. 1500여 년 전 이 비석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수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고, 얼마나 많은 병사가 목숨을 바쳤을까? 그 희생 위에 이 비석이 세워지는 모습을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그렇게 이룩한 역사 속에서 그들의 자손은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을까?

아쉽게도 비석의 내용이나 남아있는 문헌자료만 가지고는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알 수 없다. 하지만 땅속에 묻힌 문화재를 발굴하고, 고대사를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선조의 이야기가 아주 조금씩 우리에게 들려온다. 그렇게 찾은 작은 이야기들이 쌓여 땅속에 묻혀 있던 선조의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결국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되는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유산 중에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이 있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으로, 자연이라는 큰 무대 속에서 인류가 살아온 문화가 축적된 것을 의미한다. 충북의 레이크파크 역시 마찬가지이다. 청풍명월이라는 자연 속에 수천 년 축적된 역사와 이야기. 그 두 개가 함께 꽃을 피울 때 충북 레이크파크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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