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꽃'이라 불렸던 수사과. 그러나 언제부턴가 업무 과중 등 이유로 그 꽃이 진지 오래다. 아니, 바짝 말랐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인력 보충 없이 업무량과 책임만 늘어난 탓이라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사실 그 이전부터 수사과는 기피 부서였다.
그들의 격무는 통계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얼마 전 충북경찰청에 요청해 청주권 경찰서 수사부서(경제·지능팀) 인원과 사건 접수 현황 자료를 받았다.
올해 9월 2일 기준 흥덕경찰서 경제·지능팀 인원은 29명인 반면 이들이 담당하는 사건은 2199건이었다. 상당경찰서와 청원경찰서 경제·지능팀 인원은 각각 21명. 이들은 각각 1514건, 1391건을 맡고 있었다.
업무량이 많다 보니 수사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를 위해 팀장들이 수시로 수사관과 소통하며 협업한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담당 사건이 늘은 만큼 처리기간도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충북경찰청의 수사 사건 1건당 평균 처리기간은 지난 2017년 40.5일에서 올해 7월 기준 60.1일로 20일 가까이 늘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짧은 처리 기간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8개 경찰청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통계를 보고 수사관들의 수사 처리에 대한 평가는 다소 섣부른 것 같다. 수사관이 사건을 충분히 연구하고 관련 법리나 판례를 공부할 시간이 제대로 보장됐는지 그 환경을 들여다보는 게 우선인 듯싶다.
그나마 청주상당경찰서의 최근 기획이 눈에 띄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소속 수사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도내 경찰서 최초로 `베스트 경제 수사관'이란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사기나 횡령 등 재산범죄를 수사하는 경제팀 수사관의 수사 역량과 사건처리 성과 등을 종합 평가해 선발했다는데, 첫회의 영예는 경제팀 김기환 경사와 정선우 경위, 김진욱 경장이 안았다.
이들에게는 충북경찰청장 표창과 상당경찰서장 표창, 포상휴가가 주어졌다.
상당서는 단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두달 마다 시행해 수사관들을 격려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깜짝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인 수사인력 확충이나 현재 수사관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수사부서의 인력이 이탈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 내부에서 수사관들이 한눈팔지 않고 역량을 키워가며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자부심으로, 사명감으로 버티라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상당경찰서 경제팀 모 팀장이 그랬다. “우리 팀원들, 오래 봤으면 좋겠다.” 그 짧은 말에서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