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박 재 삼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마루끝에
빗방울을 보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마당에는 일었다 사라졌다 일었다 사라졌다
나팔꽃 줄기처럼 줄줄이 잇닿은 물방울
너는 네 꿈을 아직도 모르고
소망마저도 있을 리 없으나
그 아무것도 없고
그 아무것도 아닌
하늘 바탕 그대로의 네 눈망울에
아, 그러나 무심한지고,
너무 길고 너무 큰
장마가 천 근의 무게로 지고 있다
#아득한 풍경 속을 엿보는 듯합니다. 빗방울을 바라보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이 나팔꽃처럼 그려집니다. 아직 어려서 꿈도 소망도 있을 리 없을 것 같은데, 빗방울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망울에는 시인은 장마처럼 큰 슬픔을 봅니다.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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