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겨울 IMF 외환위기는 저를 포함한 신문기자 대부분에게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임금체불로 생활고에 빠진 상황에서 기자를 그만둔 직원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자 서울 소재 언론사들이 구조조정을 했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경력 기자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엔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없어진다”고 할 정도로 서울 소재 언론사로 향하는 이직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특히 편집기자들은 신문들의 증면 경쟁 속에서 청주에 남아 있으면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로 서울에서 많이 뽑았습니다.
2000년 가을 제가 재직했던 회사에서 서울로 온 기자들이 광화문 인근 식당에 모인 자리에서 그 수를 세어보니 10명이 넘었습니다.
충북 일간지가 3개인 시절에 다른 신문사 출신까지 합치면 30명 이상이 서울로 자리를 옮긴 것 같습니다.
충북에서 서울로 온 편집기자들은 대부분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현재까지 다니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특히 박문홍 서울경제 기자는 저와 같은 신문사에서 재직하다 그 회사로 옮긴 뒤 `전국 편집기자협회장'까지 맡았습니다.
제 아들이 서울경제 인턴 기자로 입사한 것을 계기로 서울에서 재회한 박 기자는 신문 편집이라는 한우물만 판 것이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매일 KBS 뉴스에서 보는 이승훈 기자는 청주총국에서 근무하다 본사로 옮겼습니다.
이 기자는 2007년 이원종 전 충북지사의 중국 방문을 동행 취재한 뒤 가깝게 지냈지만 서울로 간 뒤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 TV를 통해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됩니다.
중국 취재 당시 카메라 기자가 없어 제가 카메라를 잡고 영상을 촬영한 일부터 MBC충북 여기자와 술 내기를 하던 에피소드까지 추억이 많습니다.
이 기자의 자존심을 자극해 술 취하게 만들었던 MBC충북의 여기자도 YTN 서울 본사로 자리를 옮긴 만큼 두 기자가 다시 술 내기를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난해엔 학창 시절 천주교 신부를 꿈꿨다고 했을 정도로 심성이 바른 후배 기자가 서울의 방송사로 자리를 옮겨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2000년대 초반 서울 이직 행렬은 신문 편집기자들이 주도했다면 최근 서울 이직은 도내 TV방송사 젊은 기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해 충북에서 활동하는 TV방송 기자가 사표를 낸 뒤 서울로 이직했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 방송사가 공석인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자를 뽑으면 제가 일하는 회사의 기자들이 채용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도내 TV방송사 보도국장 중 한 명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자꾸 그 회사에서 사람을 뽑아 어떡하느냐”고 미안한 마음을 전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신문에서 라디오방송, 뉴스통신사로 옮긴 것을 생각하면 젊은 기자들의 선택에 대해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이직을 결심한 젊은 기자들에게 명심해야 할 것은 사직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얼른 떠나고 싶다는 본인의 입장만 감안해 사표를 내는 것보다 최선을 다해 업무 인계까지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서운함을 느끼는 선배와 간부들에게 예의를 갖춰야 그 회사를 떠나도 평생 따라다니는 평판을 좋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