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이 되면 교수들이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가 발표된다. 세밑에 과거 10년 동안 선정된 사자성어를 살펴보며 지난 세월 우리 국민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보자.
2011년에는 엄이도종(掩耳盜種)이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종을 훔치면 소리가 나니 자기 귀를 막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정책을 편다는 뜻이다. 국가적으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같은 나쁜 짓을 하면서 국민의 비판이나 비난이 두려워 양심의 귀를 막고 있는 위정자의 몰염치함을 고발하는 사자성어이다.
2012년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은 세상 전체가 다 혼탁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치권, 공무원 사회는 물론이고 지식인 사회도 진영논리와 견강부회로 일관하여 혼탁함이 극에 달해 있는 사회 풍조를 표현하고 있다. 획일적으로 시장과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윤리 도덕이 붕괴되어 각종 부패가 만연한 사회 풍조를 답답한 심정으로 고발한다.
2013년에는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행태를 묘사하는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되었다. 민주주의 발전보다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정권의 행태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역사가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가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4년의 지록위마(指鹿爲馬)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위장과 거짓을 일삼는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얽힌 정부의 대응과정에 나타난 의혹들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덮어졌으며, 십상시로 대변되는 국정농단세력들의 정체도 베일에 가려진 채로 세상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한 해였다.
2015년의 혼용무도(昏庸無道)는 위정자의 우왕좌왕과 무능함을 꼬집는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다. 메르스 사태, 청와대의 의회 개입,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으로 총체적인 혼란을 야기한 어리석고 무능한 리더십에 답답해하는 민심이 담겨 있었다.
2016년에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민의의 파도에 군주의 배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책임회피에 발 빼기 급급한 위정자들에 대한 성난 민심을 잘 보여주는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다. 촛불로 대변되는 성난 민심이 신뢰를 잃어버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이자 바람이다.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삿됨을 척결했으니 바른 걸 드러내 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탄핵정국을 끝내고 새로운 정부가 출현한 상황에서 정부에 거는 기대감을 반영한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다. 판단을 유보하고 지켜보자는 국민의 심정이 잘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에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택되었다. 임무는 막중하나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무언가 하려고 하는데 되는 일이 없다는 심정이 담겨 있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공명지조는 한몸에 머리가 둘인 새를 일컫는다. 이 새의 한 머리는 선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으나 다른 머리는 난폭하고 사나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선한 마음의 머리에 먹을 것이 풍요롭게 주어졌고 이에 질투가 난 사나운 마음의 머리가 질투심에 독을 마시자 두 머리 한 몸통의 새가 죽고 말았다. 한 해 동안 겪은 극심한 국론 분열 상태에 대한 국민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국민은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까? 선정된 사자성어들을 보면 우리 국민은 지난 10년 동안 답답하고 화난 심정으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 사회 지도층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산다. 그 담금질 덕분에 우리는 전 세계에서 스트레스 저항력이 가장 강한 민족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