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던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나를 잊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함이라고. 칼 세이건은 인간이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는 것은 우주를 알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지구를 발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1990년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에게 긴급 명령을 내린다.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향하도록 한 것이다. 그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 역사에 남는 위대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 간단한 행위가, 카메라를 지구로 향하게 하는 그 간단한 행동이, 우리가 우주로 나가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 인류에게 전하는 첫 우주적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그때 그 카메라에 찍힌 지구의 모습이 바로 `창백한 푸른 점'이었다. 그것은 나중에 그의 유명한 책 이름이 되었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지만 지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나운 짐승들에 쫓기며 살던 시절 지구는 그냥 땅바닥에 지나지 않았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고, 칭기즈칸이 말을 달리던 시절 지구는 넓은 광야에 불과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지구는 물이 출렁거리는 큰 땅덩어리였다가,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지금 지구는 인간들이 바글거리는 비좁은 작은 행성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지구를 모른다. 이 녹색의 행성에 언제까지 이런 온난한 기후가 유지될는지, 온갖 풀과 나무, 그리고 고기와 짐승들이 어우러져 있는 이 지구 생태계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것인지, 고층빌딩으로 이루어진 이 문명이 언제까지 발달하고 유지될 수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태양계에서 지구가 유일한 행성은 아니다. 지구보다 작은 행성도 있고, 큰 행성도 있다. 화성은 지구와 아주 비슷한 행성이지만 아직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금성은 지독한 온실효과 때문에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금성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가 그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온난화를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지만 얼마나 빨리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의 이산화탄소의 양은 급증하고 있다. 금성에 어떻게 그런 극심한 온실효과가 나타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것도 금성이 걱정스러워서가 아니라 바로 지구가 걱정스러워서이다.
화성은 크기와 기타 모든 조건이 지구와 매우 유사하다. 수 억년 전 화성에는 강물이 흘렀고,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폭포도 있었다. 거대한 바다가 있었고 파도가 치는 해안선이 있었다. 그때에는 화성에도 생물이 살지 않았을까? 의심은 가지만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다. 화성의 그 많던 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강줄기의 흔적만 남겨놓고 화성의 물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구는? 지구의 이 강들과 이 넓은 바다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것이 궁금하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지구만 들여다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화성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화성에 생명이 있는지, 있었는지 그렇게 궁금해하는가? 우리가 노력해서 찾는다고 해도 기껏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수준의 생명체, 그것도 살아있는 상태라기보다는 화석과 같은 생명의 흔적, 그것도 발견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왜 우리는 화성의 생명에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두는 것일까?
그것은 화성의 생명이 아니라 바로 지구의 생명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지구의 생명이 정말 영원히 지속 가능할까? 영원이 아니라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 화성이 그 답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금성이, 토성이, 저 먼 별들이 그 답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주로 나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우주가 아니라 바로 지구다. 나를 찾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듯이 지구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지구를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