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5.02.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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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몇 개의 노래가 반복되어 흘러 나왔다. 그 중 한 곡이 ‘나는 반딧불’이었다. 리메이크한 가수 황가람의 인생사와 가사가 울컥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주말에 염색을 하러 가서도 이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미용사님이 가사가 눈물나게 좋지 않냐며 말을 건네셨다.

좋은 가사에 삶을 담아 불러 많은 사람들의 각자의 사연으로 감동을 주는 노래를 들으니 함께 학습공동체를 했던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황인찬, 안온)’이 생각났다.

이 책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연재했던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의 원고 일부를 정리하여 묶은 것으로, 시를 읽으며 삶을 말하고, 삶 속에서 시를 발견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는 시가 황인찬 작가가 풀어내 준 이야기를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읽으면 가슴에 콕콕 맺히는 시가 된다.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은 잘 모르는 사람이고, 쉽게 설명하는 사람은 잘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는 시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앞에 제시된 시의 상황과 이미지가 그려지고 내 이야기가 겹쳐보여서 시의 화자나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만 같아서 비로소 시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꿈/황인숙’이라는 시와 함께 쓰인 ‘타자에 의해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프고, 존재가 흔들릴 수 있으며, 그 존재를 지키기 위해 마음이 생각을 넘어서는 일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으며 아이들이 아침마다 “엄마, 나 오늘 무슨 꿈 꿨어!”라고 말하는 나의 일상이 겹쳐보이기도 했다.

내 삶에서 내가 제대로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아름답고 좋았던 시절은 모두 과거에 있으며 또 그 과거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도 없어서 살아 있는 이 순간순간이 모두 무겁고 버겁게만 느껴지는 것, 내가 한없이 보잘것없고 왜소하게만 느껴지는 그 마음, 무력감과 허망함을 ‘연보/이육사’를 통해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만 기개 넘치는 시인답게, 이육사의 시는 절망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며 고된 겨울 산길에도 분명 남는 것이 있다고, 그리고 가끔은 나를 찾아오는 것도 있다고, 우리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는 그 사실만은 분명히 남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 

 ‘고구마와 고마워는/두 글자나 같네’라는 구절에 슬며시 웃음이 나는 ‘고구마/김은지’라는 시 전문을 소개하며 ‘고맙다고 말하는 삶’에 대한 산문이 실리는 형식의 책으로, 타인의 시를 읽으며 삶을 말하는 이 책이 독자의 삶과 맞닿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작가의 마음이 진하게 전해진다.

시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들을 두고두고 조금씩 꺼내 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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