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다가 귀에 꽂히는 노래를 들었다. `시작이 제일 어려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봐 지금이~'로 시작하는 노래이다. 이 `미룬이'를 듣다보니 처음에는 우습기만 하다가 내 얘기인가 싶어 가슴이 뜨끔하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하루물림이 열흘 간다.'라는 말처럼 자꾸 미루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고 보니 일이라는 것은 시작하면 좋든지, 나쁘든지 결과가 있기 마련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다. 평상시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자녀가 시험기간에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을 보며 `당장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누굴 닮아 자꾸 미루나?' 싶다가도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할 일을 미루고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는 나를 닮은 모습에 웃음이 난다.
우리가 더 이상 일을 미루지 못할 때까지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일은 효율적으로 지금 당장 급하지 않으니 다음에 하고, 저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 다음에 하는 것처럼 일을 미룰 때는 `효율'을 따지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개인마다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효율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효율에서 구간별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소한의 시간으로 계획을 세우지만,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때가 많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공부나 운동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다. 공부나 운동을 미루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바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기본을 다져 우리의 실력을 올려주고 건강하게 해 준다. 결과가 언제나 우상향 그래프로 나온다면 실력이 향상되는 즐거움에 열심히 할 수 있겠지만 실시간으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싫어서 미루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에 미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싫은 일도 참아내고 해야만 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만 하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는 말만 보아도 미루는 습관이 계속된다면, 지금 당장은 편하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고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걱정'도 하나의 이유이다. 걱정을 하는 것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잘 모를 때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볼 때 생기는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더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데 그렇게 보이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 그리스 신화 속의 에코처럼 다른 사람의 말만 반복한다면 삶의 주체성마저 잃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이룬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는 약간의 뻔뻔함.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여유 있게 계획하고, `그냥' 하는 추진력이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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