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가 새로 건립하는 의회청사 위치를 현재 설계안대로 따르기로 했다.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의회 전체 의원 42명 중 현재 설계안 찬성이 19명, 재설계 10명, 의견없음이나 기권이 13명으로 나왔다.
소속 정당의 일치된 당론 없이 의원 개개인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60억원이 넘는 재설계비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공사지연 우려도 불식하게 됐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 청주시청사와 시의회 설계가 끝났다. 민선 8기 청주시는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데도 민선 7기 때 잘못된 존치 결정이 내려졌다며 옛 시청사 본관동을 철거한 뒤 국제 공모 설계안을 폐기했다.
이 과정에서 설계 재공모에 따른 97억4000만원의 혈세 낭비 논란도 있었다.
청주병원 이전 문제로 논란도 있었지만 청사 건립을 위핸 행정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몇몇 시의원들이 지난 7월부터 새 시의회청사 위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시청사와 고층아파트 사이에 의회청사가 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다.
의회 내부에서는 의회를 경시하는 처사라는 격한 말도 흘러나왔다. 집행부가 곤혹스러울 수 있었지만 의회 스스로 기존 설계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집행부와 갈등이 해소되는 양상이다.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정당·의원 간 편 가르기와 자리싸움으로 파행을 반복,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협의 기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탈, 비위에 연루된 시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제식구 감싸기 논란, 외유성 해외연수, 대의제 민주주의 구현보다는 의정비 인상 등 기득권 강화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주민 대표'라는 신성한 권위를 스스로 욕되게 하면서 의회 무용론을 불러왔다.
이랬던 시의회가 여야 가릴것 없이 당론을 배제하고 다수결로 현안을 결정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명암관망탑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도 그 한 예다. 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는 `공간 효율성이 부족하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관망탑 리모델링 관련 예산을 번번히 삭감했다. 철거와 리모델링을 두고 논란만 거듭하며 시간만 보냈다. 그러는 사이 공사비가 늘어났고 공사기간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그러다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때 반전이 일어났다. 농업정책위가 삭감한 설계비 6억6000만원을 표결끝에 예산결산위틀별위원회에서 부활시켰다.
비록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투표 끝에 다수결로 예산안을 부활 시킨 것이다.
정영석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의견이 분분했어요. 상임위원회를 존중해야한다. 상임위원회를 존중하면 예결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 이렇게 서로 존중해서 각자 의견이 다 반반 정도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투표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의회 내부에서도 농업정책위가 고수한 철거 입장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청주시의회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여야 동수로 의석을 똑같이 나눠준 시민의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시민은 대결의 정치를 버리고 대화와 타협으로 시민을 살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갈망하고 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지만 사안에 따라 협치할 것은 하는 것이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란 점을 계속 잊지 않길 바란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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