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27일까지 내년 시민참여예산 제안사업 선정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
올해 투표 대상은 흥덕고 사거리 스마트 그늘막 설치, 무심천 하상도로 우레탄 산책길 보강 공사, 명암유원지 산책로거리 표시 등 13개 사업이다.
투표에 참여한 시민은 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3개 사업에 대해 선택할 수 있고, 선택된 사업은 우선순위 선정에 반영된다.
이 제도는 시민이 제안한 사업이나 정책 아이디어 가운데 선정된 것의 예산 편성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민주성, 책임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독점했던 하향식 예산편성권이 부분적으로 시민참여형 상향식 지방재정 운영으로 성숙한 지방자치 구현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읽을 수 있다.
시민들이 피부로 쉽게 체감할 수 있어 사업 효과가 크지만 올해 시민참여예산도 긴축재정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정부의 세수 부족에 따라 내국세에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지방교부세·교부금도 자동 삭감됐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올해 예산 규모는 3조23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451억원) 줄었다.
시 예산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4년 청주·청원 통합 후 처음이다. 지방세 수입과 지방교부세가 지난해보다 각각 11.5%, 14.2%씩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올해 시민참여예산에서 1위로 꼽힌 사업은 골목길 CCTV 설치였다. 작년에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게 LED가로등 교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이 청주의 밤길이 어두워 무섭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실제 청주지역 6만1607개 가로등과 보안등의 43.3%가 노후된 나트륨등이다.
하지만 올해 CCTV 설치는 시민들이 원하는 만큼 설치되지 않았다. 곳간 사정이 악화된 만큼 불요불급한 사업비 집행이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시민참여예산에서 선정된 사업비까지 삭감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꼴밖에 안된다.
정부의 고강도 긴축재정으로 내년 청주시의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범석 시장은 “내년에도 세입이 줄고 교부세 지원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해야 할 일들 중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보다 효과적인 사업,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와 적정규모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지나친 허리띠 졸라매기가 시민참여예산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가 우려된다.
시민참여예산에서 선정된 사업은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는 작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부터 우선 보여주기 바란다.
그 중 하나가 시민참여예산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이다.
시민의 요구가 다양화하는 현실속에서 행정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재원의 감소로 생활 민원 사업을 줄이거나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의 파고로 시민의 생활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이를 살피고 민생 고통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예산을 짜는 것이 시가 할 일이다. 세수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가용 재원을 최대한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선정된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수혜 대상자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말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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