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방패로 통하는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얼마 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온갖 구설수에 다 올라가 있지 않나”라며 “지금은 나오실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포대교 순찰과 추석인사 영상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건희 여사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여사의 공개 활동이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김 여사 관련 `온갖 구설'에 하나가 더 보태졌다.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폭로할테니 비례대표를 달라”고 개혁신당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한 인터넷 매체에 터졌다.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의원이 만나 관련 논의를 했다는 이른바 `칠불사 회동'이 사실로 드러나며 개혁신당도 진땀을 빼는 중이다. 이 매체는 앞서 지난 2022년 보궐선거 때도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권유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물론 사실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당시 김 전 의원이 폭로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빈약하고 완결성이 없어 요구를 거부했다'는 해명으로 비껴가고 있다. 윤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으로 기사에서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명태남씨는 허위 보도라며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명씨는 “김 여사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은 김 전 의원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와 김 전 의원 간 직접 소통을 부인하는 발언이지만, 영부인이 선거 관계자인 자신과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눈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김 전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관위에 김 여사와 관련한 폭로를 하겠다며 공천을 요구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김 전 의원이 공관위를 압박하던 상황은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도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도 발을 담궈야 할 처지가 됐다는 말이다. 202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 전 의원이 명씨에게 수천만원을 전달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사실도 전해졌다. 대통령실을 움직여 김 전 의원 공천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 명씨가 대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여사가 실제 공천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공천과 철저하게 거리를 둬야 할 입장에서 신중치 못한 처신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곤두박질한 시점이다. `심리적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김 여사의 재개된 공개활동은 도움은커녕 기름을 부운 격이 됐다. 뚝섬 수난구조대를 방문했을 때의 당당한 모습은 `상급자 순시'를 연상시켰다. 민심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부부가 다를 게 없다는 의미로 `부창부수'란 말도 돌았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김 여사의 잇단 돌출은 야당에 특검 공세를 가속화하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단독 처리했다.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 의혹을 포함해 총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여론의 공감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그제 각계 원로들이 1500여 시민과 함께 발표한 윤석열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도 예사롭지 않다. 작가 황석영은 “어디 하나 위기가 아닌 곳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는 지난 추석 공개한 영상에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더 따뜻하게 보듬기 위해 마음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서민들은 최악의 경기침체로 IMF 때보다 더한 고난을 겪고있다. 디올백 사과조차 한사코 거부하는 김 여사가 국민을 보듬을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기간 허위경력 등 의혹이 제기되자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사과했다. 늦었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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