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꿈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모두 이룰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꿈은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문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민해야 할 아이들이 꿈을 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대학 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아이들은 꿈을 꿀 시간이 없다. 꿈을 키워야 하는 교실은 경쟁자와 생활하는 생존 공간이 됐다. 교실을 벗어나면 사설학원이 아이들을 옥죈다. 놀이터는 안가도 학원은 가야 하고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운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싶을까?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도, 고졸신화 주인공도 사라진 요즘은 부모의 꿈이 곧 자녀의 꿈이 됐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 의대반 입학을 위해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하고 쪽잠을 잔다.
교육부가 발표한`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20.7%, 중학생 41%, 고등학생 25.5%가 자신의 희망 직업이 없다고 밝혔다. 희망직업이 없는 이유 1, 2위는`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내가 잘하는 것(강점)과 못하는 것(약점)을 몰라서'로 나타났다.
재능과 적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성적에 맞춰 대학에 입학하고, 휴학하고, 졸업 유예하고 성년이 돼도 헤맨다.
최근 만난 지인은 국가의 교육개혁 과정 및 현재 상태를 분석하기 위한 외국방문단에 포함돼 몇 달 전 방문한 덴마크 여러 학교에 대해 들려줬다.
덴마크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에게 그는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고 “생선가게에서 일하면서 내 가게를 갖는 게 꿈”이라는 답을 들었다. 뜻밖의 대답에 이유를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생선을 너무 좋아해 생선을 손질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생선가게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학교에서는 경제 관련 수업을 듣는 학생의 표정에서 행복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부모가 반대 안 했느냐?”“대학은 왜 안가냐?”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이라는 학생의 대답에 당황했던 지인은 교육자로서 반성문을 쓰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노라고 토로했다. 현지 안내자가 방문단들에게 덴마크 학생들에게 대학을 왜 안가냐, 연봉이 얼마냐 질문하는 것은 실례라는 사실을 주지시킬 정도였다.
덴마크 방문단의 출장 보고서를 살펴봤다. 시사점으로 `덴마크 교육은 학생의 행복 중심으로 이루어짐.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눠야 함. 정부와 학교에서 학생들의 행복을 관리하는 설문조사와 개별적인 상담을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음. 학생들의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얼마나 행복한지, 학교생활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눔.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며 덴마크에 존재하는 4개의 국립대학도 서열화와 평가가 없음. QS세계대학순위 등 글로벌 대학 순위에도 관심이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 또한 사설학원을 안다니는 학생은 있어도 한 곳만 다니는 학생은 없다. 학생과 교사는 대학 입시 상담할 때만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야만 사람 노릇 한다는 생각을 한다. 명문대학 진학 인원으로 고등학교 순위를 매긴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 노동의 가치 또한 직업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귀한 직업을 따진다. 덴마크 학생처럼 생선가게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다면 우리는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을까? 부모의 꿈이 자녀의 꿈이라고 착각하는 한 아이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충청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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