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었던 것 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을 뽑으라면 `홍학의 자리'(정해연 저, 엘릭시르)였다.
`홍학의 자리'는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된 한 학생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한국 작가의 스릴러 책이라 사실 별 기대 안 하고 읽긴 했다. 그런데 억지스럽지도 않고 독자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더라. 이야기 자체가 촘촘하고 반전도 좋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학생과 교사 간의 부적절한 장면이 있고 결말의 경우 거부감이 있을 사람이 많을 거 같아 오래간만에 만난 손꼽는 작품인데도 읽어보라고 권하기가 좀 그랬다. 정말 읽어보라고 영업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소재 특성상 영업이 어려웠다. 그래도 다행히 나와 같은 심정의 사람이 많았던지 화제의 소설로 꼽히며 입소문을 타더라.
이 작가다 싶어 작가 작품을 죽 읽었다. 마음에 드는 작가가 생겼으면 다른 책도 다 읽어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게 작가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작년에 통칭 `날 3부작'으로 불리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중 `유괴의 날'이 드라마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라마화로 망한 작품들이 있어서, 이 작품마저 그러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소식을 아예 안 들으려고 했었다. 엄마가 옆에서 이 작품 재밌다며 본방을 챙겨보는데 귀 질끈 막고 안 봤다. 그래서 소설만 읽고 글을 작성하고 있다.
주인공 김명준은 딸 희애의 병 때문에 병원비를 마련해야 한다.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데, 전처인 혜은이 유명 병원 원장 딸인 최로희를 납치해 돈을 마련하자고 한다. 아이 납치에 명준이 거절하려고 하자, 혜은은 로희가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으니 납치하는 게 나으며 아이 부모도 신고하려 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납치를 하러 가던 중 실수로 집에서 튀어나온 로희를 차로 치고 만다. 그래서 어차피 납치할 아이니까 하고 고이 싣고 왔는데 깨어난 로희는 기억을 잃었다. 기억을 잃은 로희에게 너는 내 딸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미안한 마음에 로희를 잘 돌봐 준다. 그런데 로희를 납치한 날, 로희 부모가 살해당하고 로희의 실종이 밝혀지면서 로희를 찾기 위한 수색과 진상이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이야기다.
김명준의 어리버리한 모습이 웃음을 불러온다. 로희가 유괴되었지만 오히려 그 유괴범을 쥐락펴락하며 끌고 다니는 모습도 재밌었다. 형사 박상윤의 추적을 통해 진상을 추적하는 스릴이 있더라. 군데군데 코미디 같은 장면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궁금하다. 다행히 배우나 극본에서 평이 나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끝낸 드라마니 한 번 마음의 각오를 하고 드라마 정주행을 해보려고 한다.
선택의 날까지 읽었는데 이후에도 책은 꾸준히 나왔더라. 여름이니 한 번 장르 소설을 읽어보며 여름 무더위를 좀 잊으셨으면 좋겠다. `날 3부작'만이라도 드라마화가 되었으면 싶긴 한데 당분간은 힘들겠지 싶다. 당분간 정해연 작가 작품을 죽 읽으면서 여름을 보내봐야겠다. 여름엔 그냥 재밌는 거 읽으면서 수박 먹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