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어제 우리 집 앞으로 올림픽 성화가 지나갔어. 사진 톡으로 보낼게.” 문자와 함께 파리올림픽 성화를 번쩍 치켜든 성화 주자의 사진이 날라왔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친구다. 한 무리의 성화팀이 친구 집 앞을 시끌벅적 지나가는 동영상도 같이 보내왔다.
친구 부부가 양궁 남녀 결승전 표를 끊었다 하니, 아마도 금메달 경기를 직접 직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필 남자 양궁은 프랑스랑 결승전을 했다. 부부가 잠시 곤란했을 것이다.
하하하. 내 친구는 프랑스인 남자랑 결혼했다. 아주 멋진 파리지앵인데, 경기장서 나란히 앉아 각자 자신의 나라를 응원하고 있단다.
잠시 후 “대한민국~ 최고!”라는 문자와 함께 신랑하고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도 보낸다. 축제 분위기가 훔씬난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을 시청하면서 기분이 참 묘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프랑스 파리였고, 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노트르담 사원을 지나 `센강'이었기 때문이다.
참 익숙한 곳인데 그곳을 배경으로 입장식이 진행되니 설레기도 하고, 특히 센강 주변 멋진 건물들이 오랜만에 반가웠다.
내가 한가로이 거닐던 다리들도 멋지게 꾸며졌고, 그 아래 등장하는 각국의 선수단 배들도 참 정겹다.
원래 센강 주변엔 작은 보트들이 무리를 지어 있다. 아주 작은 보트부터, 살림살이가 다 갖춰진 가족용 고급 요트까지…, 센강 주변을 거닐며 가장 부러웠던 풍경 중 하나다. 그 요트 위에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센강에선 일상의 모습이다.
사실 센강이 깨끗하거나 아주 운치 있는 건 아니다. 센강 주변으로 이어지는 고풍 찬란한 고딕양식의 건물들을 다 삭제한다면, 우리네 한강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탁하고, 좁다란 강일 뿐이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수질 개선을 했다는데, 그 탁한 강물이 실제 수영경기가 열릴 정도로 정말 개선 되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 경험으론 좀 회의적이긴 하다.
`센강'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야간이다. 늦은 밤 유람선을 타고 강줄기를 따라 돌면, 고딕양식의 찬란한 건물들이 각각 특색있는 조명을 더해 한껏 그 웅장함을 뽐낸다.
“와~ 예술이다”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돌덩이들의 완벽한 하모니 집합체! 어휴~ 그 웅장한 건물들을 보며 조각하는 나 스스로 얼마나 부끄럽던지….
올림픽경기 화면을 통해 노트르담 사원이 아직도 보수 중인 모습을 봤다. 아시겠지만, 몇 년 전 화재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노트르담! 그 건너편 센강 언덕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아지트였다. 강 건너서 바라보는 노트르담의 야경은 정말 압권이다.
노트르담 아래 센강을 따라 에펠탑 쪽으로 한참을 거닐다 보면 유달리 사람들이 많지 않은 구간이 있다. 큰 나무도 있고 벤치도 잘 조성되어 있는데, 몇몇 남자들만 모여 있다.
서로 대화도 하고, 때론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둘이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뭐 유럽이니 그럴 수도? 하면서 무심코 지났는데,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곳이 일종의 성 소수자들의 공간이란다. 자신의 파트너를 찾는 미팅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라는 말을 해줘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배려하는 시민들…. 이래저래 이번 올림픽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나의 소소한 추억을 들춰내는 판도라 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