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조기, 명태, 멸치. 고양이, 이 단어들을 듣고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 처음 생선 이름들이 나올 땐 수산시장이나 어물전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란 단어에 잠시 머뭇거리다 생선 말리는 어촌마을의 전경을 떠올리시진 않으셨는지? 하지만 모두 땡! 이 단어들이 점령한 장소는 바로 박물관이다.
서울 경복궁 옆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이 생소한 단어들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조·명·치>전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부산 해양자연사박물관과 협업하여 부산에서 <노릇노릇 부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의 주인공은 모두 생선들로, <조·명·치>전은 조기, 명태, 멸치가, <노릇노릇 부산>전의 주인공은 무려 고등어 되시겠다. 어제 우리 집 밥상에 올라왔던 이 생선들이 박물관 특별전시의 주인공이라니, 왠지 타이틀만으로도 바다 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거 같지 않은가?
한편 현재 서울 본관에서는 <우리를 홀린 요물, 고양이> 특별전이 절찬리에 개최 중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매년 그해의 띠 동물을 전시로 풀어내 왔는데, 고양이는 12간지에 들어가지 못하다 보니, 우리와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전시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이에 박물관 측은 “일찍부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고양이들의 무시무시한 세계 정복의 비밀을 파헤치겠다”는 어마어마한 포부(?)를 밝히며 이번 전시를 선보였다.
이렇게 생소한 전시가 가능한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이 다루는 주제가 우리의 일상인 민속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 상 `민속'의 의미는 민간생활과 결부된 신앙, 습관, 풍속, 전설, 기술, 전승 문화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한 연구자는 민속의 매력을 “소박한 민중의 시선으로 일상을 이야기함으로써 현대인의 삶과 연결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민속”이라 정의하였다. 즉 과거로부터 이어진 전통이 우리의 삶고 연결될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고, 흥미를 느끼는 문화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근현대 유산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충북산업장려관이 작년 5월 카페로 재탄생하여 도민들의 휴식처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잠시 원형을 되찾기 위한 복원공사가 추진 중이며, 조만간 도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또 올해 2월에는 충북 철도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설이자 옛 중앙선 삼곡역 직원들의 주거시설이었던 `단양 고양리 옛 철도관사'가 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11월에는 여타 문화유산과 차별화된 근현대 문화유산만을 위한 조례가 제정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보존·관리·활용 계획도 마련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야 할 부분 있으니,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즉 민속이다.
근현대 건축유산이 여타 다른 유산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수 백년전 선조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부모님, 혹은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내가 오갔던 장소이자 나의 삶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매력은 비단 건축 유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렸던 생업 속에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치루었던 의례 속에도 우리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는 “미래 무형유산 발굴 및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보은 뽕나무 재배와 누에치기, 제천 엽연초 재배와 건조기술, 청주 밀원지조성과 꿀벌치기 등의 생산지식과 옥천 돌탑과 마을신앙, 괴산 마을풍수와 마을제당, 충주 상여제작과 상장례 문화 등 의례문화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 성과들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근현대 공간과 하나가 되어 전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문화콘텐츠를 가지게 될 것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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