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외버스터미널 특혜 계약과 실무중심 자치행정
청주시외버스터미널 특혜 계약과 실무중심 자치행정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06.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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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한범덕 전 청주시장의 행정스타일은 실무중심이다. 한 전 시장은 감사원의 청주시외버스터미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도 실무존중의 확고한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공직자로서 일관되게 지켜온 것은 상급결재권자의 권한은 불법적으로 행사될 수 없기에 실무적 차원에서 적법하면서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지의 판단에 따라 한다는 점이다”고 했다.

한 전 시장은 실무적 판단을 우선시한다고도 했다.

실무행정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업무처리에 큰 도움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 오류 확률이 높아진다.

실무행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조직의 무한신뢰와 무한책임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갖추지 못한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중심 행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감사 자료를 보면 공유재산법 상 청주시외버스터미널 대부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무진은 이를 강행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특히 시장 참모진인 담당국장은 터미널 대부계약 갱신 불가 시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운영 방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기에 이른다. 이에 담당팀장은 업무담당자에게 수의계약 불가능이 담긴 2019년 행정안전부 질의회신 보고서를 삭제하고 2016년 질의회신에 따라 대부계약 갱신이 가능하다는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갱신 가능 보고서가 작성되자 담당국장은 시장에게 보고토록 했고, 담당팀장은 지시대로 시장에게 보고했다.

모든 행정행위는 법을 근거로 한다. 때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규을 고집하면서 경직된 행정행위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공직자들은 철저히 규정을 따진다.

그런 공직자들이 상급기관의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설정한 방향성에 유리한 것만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시장에게 보고한 것이다. 감사 결과가 맞다면 한 전 시장은 신뢰했던 실무진으로부터 사실이 왜곡된 보고를 받았다.

앞서 말했듯이 실무중심행정은 무한신뢰와 무한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외비스터미널 사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실무진이 얼마든지 최종결정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취재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무책임과 비정함도 체감했다. 수의계약에 의한 대부계약 갱신을 앞둔 시점에서 업무담당자, 담당팀장이 주로 취재에 응했다. 코로나펜데믹 시국인지라 대면 취재가 어려워 전화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2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취재가 이어지면서 담당과장에게 여러 차례 취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통상 민감사안 관련 취재에는 실무자 외에 담당팀장 또는 담당과장, 담당국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이 부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무진이 어려움을 겪을 때 대신 대응논리를 만들어 사무관급 과장이 방어에 나서는데 터미널 특혜 의혹 취재에서 담당과장은 단 한번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 공직사회에 대한 무한신뢰와 무한책임론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사법기관이 어떤 결론을 낼지는 알 수 없으나 일련의 과정에서 공조직이 보여준 것들로 볼때 실무행정의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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