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의 해
용(龍)의 해
  •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4.02.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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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올해는 육십갑자로 갑진년(甲眞年)이다. 1964년 갑진년생은 환갑(還甲)을 맞는 해이다. 갑(甲)은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는 양(陽)의 목(木)이고 목의 오방색(五方色) 즉 오행의 각 기운의 색이자 방위를 뜻하는 색은 청(靑)색이다. 12지지(地支) 중 다섯째인 진(辰)은 용을 뜻한다. 그래서 목기(木氣)의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을 청룡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양력 1월1일이 시작됨과 동시에 청룡의 해가 밝았다고 여기저기서 시끄러웠으나 정작 띠가 바뀌는 기준은 양력 1월1일도 설날인 정월 초하루도 아닌 절기상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봄이 시작되는 첫째 절기다. 절기(節氣)는 태양의 황도(태양이 운행하는 궤도) 상 위치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구분했다. 황도(黃道)에서 태양이 천구의 적도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는 점인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낸 것이다.

절기는 예로부터 농경사회의 절대적인 시간개념이었다. 그러나 중국 주나라 때 화북 지방의 기상상태에 맞춰 붙여졌기에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약간의 차이가 보인다. 입춘은 양력으로 보통 2월 4일에서 5일 사이다. 올해는 2월 4일이다. 더 정확히는 2월 4일 17시 26분이다. 이것을 입춘 절입시각이라 부른다.

고대에는 한 해의 기준점이 왕조에 따라 달랐다. 중국 전설적인 왕조인 하(夏)나라에서는 입춘이 한 해의 시작이었다. 또 주(周)나라 한 해의 시작은 동지(冬至)였다. 동지를 작은설이라는 의미의 아세(亞歲)라 하고 요즘같이 떡국이 아닌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먹는다고 했던 것은 여기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달의 공전주기를 한 달의 기준으로 삼는 태음력과 지구의 공전주기를 12달로 나눠 만든 태양력 간의 차이를 메우는 윤달과 24절기를 만들어 보완한 역법인 태음태양력을 삼국시대부터 사용하다가 그레고리력으로 불리는 태양력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96년 대한제국 고종황제 때부터다.

앞서 서술했듯 하나라의 설날은 입춘이었다. 띠의 기준을 입춘으로 한 것도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 긴 세월 전해 내려오며 다소 변형되었겠지만 새해를 열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풍습이 이 땅에 남아있다. 입춘첩(立春帖)이다. 입춘에 붙이는 첩자 즉 문서라 하여 입춘첩이다. 설날에 붙이면 연상첩자이고 단오에 붙이면 단오첩자가 된다. 이렇듯 첩자는 붙이는 시기에 따라서 이름도 달리한다. 그러나 첩자의 내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벽사, 평안, 풍년, 경축, 초복, 장수 등의 기원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입춘첩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문구다. 봄이 시작되니 만사가 길하고 굳건한 양기와 함께 경사로운 일들이 가득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한 해 농사의 풍요와 가내 경사를 기원했다.

입춘첩은 보통 종이에 한자로 써서 대문에 팔(八)자로 붙인다. 대문에 그것도 십 일자가 아닌 팔자로 붙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선조들은 집안의 모든 길흉(吉凶)의 통로는 대문이라 보았다. 출산하면 대문에 금줄을 거는 이유기도 하다. 길상(吉祥)이 하늘에서 대지를 비추는 태양빛처럼 넓게 퍼져 내려오길 바라는 의미로 팔자의 형태로 붙였다. 또 마름모꼴 종이에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하는데 삿된 기운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벽사(僻邪)의 의미다. 입춘첩은 이렇듯 길상(吉祥)과 벽사(僻邪)의 기능과 기원을 담은 역사 깊은 일종의 부적이다. 필자는 해마다 이시기 가까운 지인들에게 손수 쓴 입춘첩을 선물한다.

입춘도 지났고 정월 초하루도 지났다. 이제 완연한 새해다. 이글을 접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갑진년 입춘대길 건양다경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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