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투스(conatus)
코나투스(conatus)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3.11.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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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가수 안치환의 노래 `하나를 위한 연가' 가사 중에 `왜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거니. 거절당할까 봐. 상처 입을까 봐. 함부로 손 내밀지 못하는 거니'가 있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이성에게 고백하고 싶었지만, 거절당할까 봐, 그래서 상처 입을까 봐, 입술 깨물며 뒤돌아섰던 추억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 서로 다른 욕망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코나투스(conatus)'이다. 국어사전에도 올라와 있는 `코나투스'는 어떤 실체가 자신의 속성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려는 노력, 혹은 내적인 경향성을 뜻한다. 즉,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관성적 노력, 추구, 욕망이 코나투스이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의 진정한 본질이라 보았으며, “각각의 사물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한에서 자신의 존재에 남아 있으려 한다.”라고 코나투스를 표현했다. 그리고 모든 사물과 사람은 각자만의 고유한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기에 어떠한 덕도 자신을 보전하려는 노력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 능력자나 무능력자,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능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코나투스 상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모두 각자가 좋아하고 원하는 방법대로 자신들의 코나투스를 실현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본질에는 차이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기에 코나투스 상태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동등한 존재이다.

각 사물은 자기의 코나투스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선'이라 불렀다. 따라서 상대의 거절이나 충돌은 상대가 자신의 코나투스를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이기에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



# 거절당했을 때

거절과 충돌은 상대와 나의 코나투스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거절과 충돌은 서로 간의 욕망이 어긋날 때 이루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고 싶은 욕망에 프러포즈를 했을 때, 상대방은 혼자 지내고 싶은 욕망이 더 크다면 프러포즈를 거절당할 것이다.

거절당한 사람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거절을 존재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여,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절을 당했구나' 하며 자기비하와 우울에 빠지는 경우. 둘째, 상대의 거절을 상황의 거절로 받아들여 `거절한 사람의 상황이 나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 상황이 아니구나', 혹은 `저 사람의 욕망과 나의 욕망이 다르구나', `저 사람의 코나투스와 나의 코나투스가 다르구나'라고 쿨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가.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현명한 사람은 잘못 해석 않는다”라고 했다.

혹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면 `코나투스!'를 한번 외치고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만나야 하고 또 힘겹게 협의를 해야 한다. 피하고 싶고 남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이에 대해 논어 위령공편에서는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와 같은 말을 한다.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공자 왈,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하지 말라.)

나를 힘들게 하는 그들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코나투스가 있고 나 자신도 나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코나투스가 있음을 인정함으로 거절과 충돌로 인한 상처에서 자유로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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