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不請客).
이 한자어는 `어떤 행위에 대해 원하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달갑지 않다'는 의미를 뜻한다.
지난 15일 새벽 404㎜를 기록한 물폭탄이 쏟아진 괴산에 달갑지 않은 불청객들이 종종 보이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날 새벽 칠성면 괴산댐이 월류했고, 자칫 붕괴 위기감도 감돌았다.
기자가 쏟아지는 물폭탄에 맞서 새벽 일찌감치 이들 현장을 돌아 본 결과는 참혹하다 못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괴산댐 하류 지역인 칠성, 청천· 불정·감물면, 괴산읍 제월리는 수마가 모든 걸 집어 삼키고 할퀴면서 누런 황톳물이 농경지, 저지대 주택까지 휩쓸었다. 뒤이어 엄청난 피해만 남긴 피해 지역 주민들은 울분을 토했고 몸서리를 쳤다.
지금 이들 피해 지역엔 전국에서 몰려온 기관단체와 봉사단체 봉사자들이 곳곳에서 복구 지원에 한창 구슬땀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피해 지역엔 원하지 않는 불청객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관내 산과 계곡을 찾는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관광객)들이다.
물폭탄이 소강 상태를 보인 지난 22일 괴산댐 아래 수전교 부근에서 꼴 사나운 모습들이 목격됐다.
대형장비들이 즐비했고, 주민들도 힘을 보태며 피해를 복구하는 중에 승용차 창문을 내리고 선글라스를 낀 여인이 “갈론 계곡에 가는데 차 좀 피해 주세요”라고 했다.
“저 사람들은 뭐야, 방송이나 신문 뉴스도 안보나, 못 들어가요, 들어가면 죽어요”라며 한 주민이 화를 내며 응대했다. 승용차가 휑하니 돌아 나간 직후 또다른 차량들이 연달아 진입하려다 포기하고 돌려 나가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이 광경을 보다 못한 주민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사람이 귀가 있고 눈이 있으면 뭐해, 듣지도 못하고 앞을 못보는데 무용지물이지, 불청객이야, 불청객”이라고.
피해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면서 잠시 본 광경이지만 참으로 씁쓸한 그 자체였다.
이뿐 아니다. 수해복구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칠성면 쌍곡계곡, 괴산읍 이탄교 주변 등엔 군이 배치한 안내 요원들이 있지만 일부 관광객이 쉴자리를 찾다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청천면 화양계곡에는 지난 21일 익사 사고도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물론 본격적인 휴가철과 연계해 관내 산과 계곡을 찾는 이들을 폭우 피해만 아니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행위가 아니라면 법적으로 막거나 제한할 규제는 없다.
결국 상황이 상황인만큼 즐기려고 찾아오는 시기가 맞지 않은 것이다. 평소라면 우리지역을 찾은 관광객으로 환영받았을 이들이 막대한 수해라는 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행동으로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에게 민폐 피서객이 되고 말았다. 피서에도 슬기와 지혜도 요구된다.
이래저래 괴산은 물폭탄에 이어 민폐 피서객이라는 `불청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