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지역 조선시대 유림의 흔적
옥천지역 조선시대 유림의 흔적
  • 이미란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 승인 2022.11.13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이미란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이미란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조선시대 향촌내 유림의 본거지에는 서원과 사우, 향교, 사마소 등이 있다. 충북지역에서 이런 건물이 잘 남아있는 곳은 옥천이 대표적이다. 옥천은 조선후기 문신 겸 학자이자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이 태어난 곳이다. 옥천에 잘 남아있는 유림의 향촌 내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건축물로는 옥천 구읍에 위치한 옥천향교와 옥주사마소다. 옥천향교는 조선시대 서원과 함께 지방의 교육 기관역할을 했던 곳이다. 조선 태조 7년에 세워진 이후 세조22년(1440) 대성전이 임진왜란 때 병화로 소실되었고 현재의 건물은 1960년대에 제건되었다. 옥천 향교는 유교교육을 위한 강당인 명륜당과 학생들이 지내는 동재와 서재 그리고 대성전과 동무·서무로 나누어져 있고, 공자를 주향으로 하는 중국의 성현들과 조선, 송시열 등 유림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옥주사마소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3개의 사마소(괴산 청안사마소, 경주 경주사마소) 가운데 하나다. 옥주사마소의 옥주는 옥천의 옛 이름이다. 사마소는 대개 각 고을의 관아 근처에 자리 잡고 하나의 특수기관처럼 행세하면서 생원과 진사를 선발하는 과거시험인 사마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모여 유학을 가르치고 친목·정치·지방행정을 논했던 곳이다. 사마소는 전곡·출납 등의 금융업과 의창역할도 하면서 점점 압력단체로 변질해 수령의 지방통치에 간섭하였다.

이에 폐단이 커 선조 36년에 없앴으나 정치토론 및 교육활동 등을 지속해 각 고을의 교화와 지방행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사마소의 현판 또한 우암 송시열이 쓴 것이고, 송시열이 쓴 `의창중수기'에는 이 건물이 원래 백성을 위해 곡식을 비축해두던 의창 건물을 뜯어서 세운 것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당 안에는 유림의 지방정치참여를 보여주는 향약계안, 옥천군향약계규약 등의 고문서 여러 편이 있다고 한다.

앞서 말한 향교와 사마소 이외에 서원은 옥천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나 창주서원, 상봉서원, 목단서원 등의 서원 터가 남아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 향촌사회에 근거를 둔 사림과 백성이 중심이 돼 마을 단위로 설립한 초등교육기관인 서당이 있다. 옥천에 남아있는 서당은 이지당, 경현당, 경율당, 덕양서당 등이다.

서당 가운데 이지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이자 의병장인 조헌이 강의를 하던 곳에 조선 예학의 선두로 평가받은 김장생의 증손 김만균이 조헌의 업적을 기르고자 세운 건물이다. 이지당은 처음에 각신마을 앞에 있어서 `각신서당'이라고 했으며, 조헌이 친필로 각신서당이라는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이후 1674년 우암 송시열이 시전에 있는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고`라는 문구에서 끝의 `지' 자를 따서 이름 붙이고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이 서당은 배산임수의 지형여건을 가지고 있고, 도시개발에 의한 경관 파괴나 변형이 크지 않아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 이지당은 현재 그 건축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2020년 보물로 승격되었다.

이외에도 옥천군 이원면 용방리 구룡마을에 옥천 경현당이 있는데 경현당은 최초에 용문영당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에서 출생한 우암 송시열이 소년시절 학문을 닦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후 1650년 우암 송시열이 용문서당을 다시 세우고 경현당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곳은 송시열 사후 숙종23년(1697)에 송시열의 영정을 이곳에 봉안하고 용문영당이라 하였는데 고종 때 훼철되었다가 다시 세운 것이다. 경현당과 인접한 지역에 송시열유허비가 남아있다. 경현당은 이지당과 같이 옥천지역 조선시대 서당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지역 내에서 우암 송시열의 활동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송시열의 고향인 옥천의 향교, 사마소와 조선시대 초등교육기관인 서당을 통해 향촌 내에서 유림의 교육 및 활동이나 관계 등을 살필 수 있는 옥천에 관심을 두고 방문해 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