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보은·옥천·영동·단양·괴산 사라질 위험
보은군 셋째아 이상 출산모연금보험지원사업 등
지역 특성에 맞춰 유동인구 늘리는 인구정책 모색
퇴직 교수·전문가에 농촌 폐교 연구실 활용 제공
사회적 기업 유치 등 일자리 창출 방안 마련 해야
인구절벽시대, 말로만 듣던 지방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기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은 점점 늙어가고 이런 추세라면 지방의 운명은 끝이 난다. 청년층이 몰리고 일자리가 있고 교육환경이 구축된 지방도시는 살아남을 수 있다.
문제는 시골지역은 젊은 층이 떠나면서 마을을 지키는 노인 비중이 늘면서 황폐화되어간다는 점이다. 기업체가 들어서도 일할 사람이 없고 아이들 소리가 멈추면서 학교도 문을 닫았다. 시골로 오고 싶어도 교육 시설이 없고 일자리가 없어 다시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보고서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 시군 1388개 읍면동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충북은 소멸 위험 지자체 순위에서 괴산군 19위, 보은군 21위, 단양군 39위, 영동군 43위, 옥천군 58위를 기록해 3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 사라지는 고향… 도내 11시군 중 절반 소멸 위기
충북연구원 최용환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한 연구자료 `지방소멸위험시대, 충북의 인구 정책 전략과 과제'에 따르면 충북의 인구 실태(1992-2017)를 보면 0~14세 유소년 인구구성비는 23.5%에서 13.2%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경제활동인구인 15~64세 구성비는 69.4%에서 71.0%로 소폭 증가했고,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7.1%에서 15.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충북 11개 시군 가운데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단양 등 5개 군의 경우 30년 뒤인 2045년엔 현재 인구의 최대 1/3 감소 할것으로 예측됐다. 충북 인구(2015-2045년)는 현재 158만3952명에서 30년 뒤에는 165만5658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보은(3만4296명→2만5346명), 옥천(5만2404명→3만6626명), 영동(5만404명→3만923명), 괴산(3만8787명→3만2167명), 단양(3만761명→1만8274명) 등은 인구가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가능인구비중(2017년 기준)은 청주가 7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충주 70.6% △증평 70.2% △제천 70.1% △음성 69.9% △진천 69.5% △단양 64.9% △옥천 64% △영동 63.4% △괴산 63 △보은 61.1% 순이었다.
노인인구 비중은 보은이 3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괴산 30.1%, 영동 27.6%, 단양 26.5% , 옥천 25.9%, 제천 18.2%, 음성 17.6%, 충주 17.2% , 진천 16.1%, 증평 14.5%, 청주 11.2% 순이었다.
고령인구(65세 이상) 대비 가임여성인구(20~39세) 수로 계산한 소멸위험지수에서 충북은 고위험 지역이 2005년 38곳이였지만 2015년엔 62곳으로 급증했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보은군은 지난해부터 셋째아 이상을 출산한 산모를 대상으로 매월 10만원씩, 20년간 보험료를 지원하고 산모가 60세가 되는 시점부터 사망할때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최소 30년간 보장해 주는 출산모연금보험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동은 인구 5만 회복을 위해 아기의 탄생을 전 군민이 축하하고, 아기의 출생을 기념할 수 있는 신분증 형태의 아기등록증을 발급하고 대학과 군부대를 찾아가 전입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용환 연구위원은 “도내 지자체들이 거금을 들여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인구를 유입해도 다른 지역도 경쟁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제자리 걸음밖에 안되는 붉은 여왕효과에 갇히게 된다”며 “지자체는 인구 유출을 막는 댐기능과 인구 유입을 유도할 펌프기능과 지자체간 연계기능을 통해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거주자가 아닌 유동인구를 통한 새로운 인구 정책 모색해야
충북연구원 최용환 연구위원은 거주자 개념의 인구정책보다 유동인구를 활용한 새로운 인구 정책을 제안했다.
최 연구위원은 “농촌에 많은 폐교를 퇴직한 교수들이나 전문가 등의 연구실이나 아카데미 장소로 제공해 유동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단양군을 찾는 연 1000만명의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면 소비가 늘고 지역민의 소득도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을 마을로 이주시키기보다 대규모 도서 소장자를 대상으로 장서(裝書) 이주를 유도해 지식의 거인촌을 조성할 수도 있다.
어린이집보다 요양원 시설이 많고 예식장보다 장례식장이 많은 시대에 맞춰 그레이 마켓 시장을 육성하고 쇼핑 약자의 편의를 위해 면단위별 사회적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중고서적을 기증받아 자원봉사자로 나선 노인들이 1~10달러에 판매하고 수익금은 지역에 기부하기도 하고,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골프장을 5달러에 이용토록 하는 지역도 있다”며 “빈집을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유동인구들이 머물수 있도록 만든다면 젊은 층이 유입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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