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을미년 … 박정희 대통령 피살사건 등 발생
망양보뢰·양두구육 등 사자성어·속담도 자주 쓰여
2015년 을미년은 청양(靑羊)의 해다. 푸른 초원을 누비는 흰 양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깨끗한 청양의 기운으로 새로운 한해, 힘찬 출발과 희망을 담아본다.
천연기념물 217호 월악산 산양 사회적 관심 필요
역사속 을미년 … 박정희 대통령 피살사건 등 발생
망양보뢰·양두구육 등 사자성어·속담도 자주 쓰여
양은 유목문화와 어울리는 동물로 농경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친근한 동물은 아니다. 오히려 양과 비슷한 염소나 산양이 우리 생활 문화 속에 길한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우리 생활문화 속에 양은 수호자로의 역할과 길상의 동물로 많이 등장한다. 무덤이나 건물입구에 양석 혹은 석양, 돌양이라고도 부르는 석물을 세워두는 것도 악귀나 재앙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의미였다.
반면 유목민들에게 양은 무엇보다 재산적 가치가 큰 동물이다. 넓은 들판을 옮겨다니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양은 의·식을 해결할 수 있고, 이는 삶의 토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소가 농경문화 속에 친근하면서도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듯 양은 유목민들에게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의 양은 종교적 의미가 크게 부각되어 있는 동물이다. 종교적인 상징으로 목자와 어린 양으로 비유하고 있고, 신에게 받치는 제물로써 깨끗하고 성스러운 동물로 간주하고 있다.
동화 ‘양치는 소년’이나 ‘늑대와 일곱마리 양’처럼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큰 동물이지만 순종과 희생, 평화와 정직의 상징인 양은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의 아이콘이다.
# 충북문화 속의 양은
우리 지역에서도 많지는 않지만 양과 관련된 문화를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무덤을 지키는 수호적 석물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청주시 옥산면 국사리에 위치한 강감찬 장군의 묘 앞에는 문인석과 동자석 등과 함께 배치되어 있는데, 여러 석물 중 양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섬세하고 건강한 양의 모습을 하고 있어 묘지 주인의 기상도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충북의 동물로 산양이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 동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월악산의 산양은 지역의 보물이다. 아직도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미약한 편이지만 동식물학적 가치로 높은 자연유산이다.
월악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산양은 몸 길이는 120~130cm 내외로 뿔이 있고 몸은 흑색과 회색을 띠고 있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림 지대에 서식하는 산양은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바위와 바위 사이 또는 동굴 등에 2~5마리씩 군집 생활을 한다. 그런가 하면 향교에서는 봄과 가을에 석전대제를 지낼 때 양성이라 하여 양고기를 올리는 제의식이 있다.
# 역사 속 을미년, 어떤 일이 있었나
역사 속 ‘양띠 해’에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했다. 국가 성립이래 가장 치욕적인 사건인 명성황후시해사건도 1895년 을미년이 일어났다. 명성황후시해사건은 1895년 10월 8일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주동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으로 뒷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역사의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치욕에 가려져 있지만, 그해 1월 우리 근현대사에서 첫 헌법이라 할 수 있는 홍범 14조가 만들어진 해이기도 하다. 홍점 14조는 그 방향과 목적을 담은 선언문으로 ‘열네 가지 큰 법’이라 불렀는데 박영효·서광범·김홍집이 법 제정에 앞장섰다.
근대 이후 을미년 역사로 1979년 박정희 대통령 피살, 1991년 걸프전 발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 양과 관련된 사자성어와 속담
양은 정직과 정의를 상징한다. 양은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양띠 사람은 양처럼 너무 정직하고 정의로워서 부정을 못 보고, 너무 맑아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이리 앞에 양’이란 말도 있어 지나친 유순함을 꼬집을 때 사용한다.
유순한 양의 외형과 특성에 비유해 사자성어와 속담도 생겨났다. 촌철살인의 묘미를 살린 일상의 풍경은 다양하다.
양과 관련된 사자성어로 널리 많이 알려진 말은 망양보뢰(亡羊補牢)와 망양지탄(亡羊之歎)이다. 이는 ‘양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과 ‘양 잃고 탄식한다’는 의미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난 뒤 뒷북침을 비유한다.
독서망양(讀書亡羊)은 책을 읽는데 양을 잃었다는 말로 하는 일에 뜻이 없고 다른 일에만 관심이 있음을 비유한다. 또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간사한 지모로 사람을 속이려 드는 것을 비유한다. 다기망양(多岐亡羊)은 여러 갈림길에서 잃어버린 양을 찾는다는 의미로 학문의 길은 여러 갈래라 어느 하나도 완성하기 어려움을 나타낸다.
양의 외형과 특성에 빗대어서는 저양촉번과 양질호피(羊質虎皮)가 있다. 저양촉번은 뿔로 들이받기를 좋아하는 숫양에 빗댄 말로 울타리를 받다가 뿔이 걸려서 꼼짝도 못하게 된 신세를 말한다. 양질호피는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다’라는 뜻으로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약하다는 속말을 가지고 있다.
/연지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