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늙지 않는다
꿈은 늙지 않는다
  • 김금란 부국장
  • 승인 2024.10.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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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첫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에 누군가 말한다. 서리처럼 행복도 내리면 좋겠다고. 팍팍한 삶. 고되다. 그나마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또다시 버틴다.

꿈이 있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헛된 꿈일지언정 꿈을 꾼다는 것은 내 삶을 바꾸고 싶은 마음의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 꿈을 꾸는 데 나이는 장벽이 될 수 없다.

최근 70~90대 여성 어르신 15명이 `꽃꿈 할매 그림책'을 냈다. 작가로 참여한 할매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시(詩)까지 썼다.

그림책 발간은 청주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이 청주시 양성평등기금을 지원받아 지난해부터 65세 이상 여성 어르신을 대상으로 `여성 노인의 성인지 감수성 의식 확장 그림책 만들기'사업을 펼친 결과다.

할매들은 자신들이 작가로 불릴 줄 몰랐다. 시가 뭔지도 몰랐을 할매들도 유년시절엔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푸른 하늘이 내 것인 양 느티나무보다 더 높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광복을 겪었고, 한국전쟁의 아픔도 겪은 질곡진 삶을 산 할매들의 인생은 한편의 그림책이 됐다.

꽃처럼 화려하게 꿈을 꾸고 싶었던 `꽃꿈 할매'들은 지난 22일 청주예술의전당 소전시실에서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여느 작가처럼 시 낭독도 했고 그림책에 사인도 해줬다.

이날 고태순 어르신은 30대 젊은 나이에 연달아 세상을 떠난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들이 남기고 간 손자에 대한 애틋함을 담아낸 `손자별'을 낭독하며 70여년 쌓아온 아픔을 털어냈다.

이옥희 할매는 `마음 쉼터'라는 시에서 `내 인생도 이쁜 꽃마냥 활짝 피었으면 좋으련만/인생이 다 내뜻대로 살아지지는 않더라구/그래도 지 색깔, 지 향기 다 갖고 있으니 꽃이지/…할 수만 있다면 다 피고 살았을거여/ 낼 수만 있다면 다 향기를 냈것지.//'라는 시로 꽃 같은 인생을 표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부인인 전은주 여사는 할매들에게 “청주는 할매들의 재능을 펼치기에 너무 좁다”며 “미국에서도 그림책을 전시해 국제적인 작가로 뻗어나가는 꿈을 꾸시면 어떠냐”고 할매들의 꿈을 응원했다.

나이가 숫자임을 증명한 인물은 꽃꿈 할매 말고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도전한 1943년생 최순화씨도 있다.

원래 미스유니버스는 출전자 연령을 18세~28세로 제한했다.

또한 임산부나 기혼자, 결혼한 적이 있던 사람의 출전을 금지했다. 이러한 제한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미스유니버스가 이를 없애면서 최씨도 미스유니버스에 도전장을 냈다. 그녀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67회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대회에 역대 최고령 기록을 갖고 참가했고`베스트 드레서' 상을 받았다. 최씨의 출전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CNN은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증명하는 80세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출전자를 만나보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그녀는 18세에 방직 공장에 취직했고 50대까지 병원 간병인으로 일하는 등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한 환자의 권유로 72세에 빚을 갚기 위해 모델 일을 시작했다. 모델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과감히 도전했고 결국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냐'는 질문이 나오도록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씨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회를 잡고 도전할 용기가 있었다”며 “사람들이 저를 보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또 삶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용기다. 나이가 먹어도 꿈이 생기는 데 정작 꽃다운 청춘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사회 탓인가? 정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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