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진창같은 곳에서 벗어나 문명세계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준 혁신작품이 있다. 석탄과 석유다.
이런 석탄과 석유를 포함한 화석연료는 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누누이 쌓여 내려온 유산이다.
땅 속에 오랫동안 탄소기반 생명체로 존재하다 착즙기로 레몬을 누르면 액즙으로 바뀌 듯 그런 과정을 거쳐 석유, 석탄으로 세상에 나왔다.
인류는 에너지저장고인 화석연료를 발견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뤘다. 경제성장의 방정식에 화석연료 사용량과 경제성장이 거의 일치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화석연료가 남용되면서 기후변화가 시작됐고 기후변화는 경제성장에 새로운 걸림돌로 등장했다. 경제학자들은 따뜻한 나라의 기온 1도 증가는 경제성장률 1%를 감소시킨다고 예측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대표적인 사례는 농작물 생산량 감소다.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적으로 노동생산성을 약화시키면 경제적 파급력 정도는지구 온도상승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기온이 2도 증가했을 때 미국이 중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도 증가했을 때에 비해 4.5배 증가한다고 경제학자들은 제시하고 있다.
미세먼지 악화로 호흡기 질환자가 많아지면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 손해율이 상승한다. 폭우로 침수된 자동차가 많아지면 자동차 손해보험의 손해율이 커진다. 폭염 때문에 농산물에 피해가 생기면 농·식품산업 대출·보증·융자 등 상환이 늦어지는 등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모두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심지어 금융위기마저 불러오게 된다. 기후변화가 낳은 자연재해로 농산물과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은 가격상승을 부채질한다. 날씨가 지나치게 더워지거나 추워져 야외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노동생산성이 급락해 비용증가를 야기하기도 한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변화가 몰고오는 금융위기 상황을 그린스완(Green Swan)보고서를 통해 논의했다.
2007년 미국 금융전문가 탈레브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블랙스완(Black Swan)을 처음 언급했다.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블랙스완을 묘사했다. 여기에 기후위기를 얹은 것이 그린스완이다. 백조는 흰색이지만 호주에서 검은 백조, 흑고니가 발견된 이후 경험칙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불려질 때 인용되고 있다.
그린스완, 블랙스완과 함께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도 환경문제를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한다. 방안에 코끼리가 있다면 모두가 문제라고 알고 있지만 굳이 입 밖에 꺼내려 하지도 않고,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사건임임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금융위기, 그린스완은 반드시 현실화된다. 기후변화가 경제 금융위기를 현실화되는 시점과 영향정도만 다를 뿐이다.
기후변화가 낳은 산불, 가뭄, 기근 현상은 각국의 경제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천문학적인 피해비용이 쌓여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시스템에 대한 전폭적인 에너지 전환대책을 추진하면 26조달러를 벌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재난의 대비책 마련이 결국 비용절감을 낳을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그린스완, 블랙스완의 등장을 예견하면서도 방안에 들어있는 검은코끼리는 마냥 보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