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시대의 질문에 충실해야"
"詩는 시대의 질문에 충실해야"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6.09.27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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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 고향 충주서 인문학 특강

"시 쓰기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행위"

“만으로 21살인 1956년 등단해 선배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 후 10년간 시 한편 발표하지 못했다”

27일 신경림 시인(80동국대 석좌교수사진)은 고향 충주에서 열린 인문학 특강에 참석해 ‘자신이 평생 시를 쓴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강단에 오른 신 시인은 “당시 서울로 올라온 여자들은 식모나 창녀가 되거나, 남자들은 노동자, 도둑놈, 쓰리꾼이 됐던 때였다”며 “전쟁 이후 시대적 절망감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시와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시인은 이 때부터 10년간의 부랑자 생활에 들어갔다. 고향으로 내려와 공사장, 광산, 행상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 그는 이 시절 다시는 글을 쓸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만약 기회가 온다면 이웃들의 정서나 설움, 얘기 같은 것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막 입시학원을 차리려던 차에 길에서 만난 친구가 서울로 올라가 다시 시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시인은 친구 따라 무작정 상경, ‘겨울밤’이라는 시를 신문에 발표했다. 긴 방황 끝에 펴낸 시집이 바로 ‘농무’다.

시인은 이 때 ‘시는 그 시대의 질문이요 대답에 충실해야 한다’는 명제에 ‘시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적으나마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는 곧 무기가 됐다. 명제에서 벗어나면 후배나 동료들은 문학주의자로 비판하고 매도했다. 결국 시는 경직될 수 밖에 없고 언제부턴가 시 쓰는 일이 지루하고 싫어졌다.

시인의 관심은 평소 좋아하던 민요로 향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시 쓰기 역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행위라는 점이라고 깨달았다.

시는 ‘그것을 분명하고 힘있게 얘기할 때 나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되며,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가 되는 것’으로 귀결됐다.

신경림 시인은 “최근 시는 어쩌면 사라져 가고 있는 방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가 곧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는 충주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충주박물관대학 주관으로 마련됐다.

/충주 윤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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