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지역 브랜드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을 지역 브랜드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 권기윤 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 팀장
  • 승인 2024.04.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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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권기윤 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 팀장
권기윤 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 팀장

 

“2024년 5월 17일”, 우리 역사 속에서 `문화재'는 사라진다. 물론 “문화재”로 지정된 대상이 정말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지 62년만에 새롭게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이제 문화재는 “국가유산”이라는 이름으로 그 옷을 갈아입게 된다. 지난해 우리 유산의 포괄적 보호 체계를 규정하는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그 시행이 바로 오는 5월 17일이다.

또 하나, 국가유산기본법에 앞서 지역의 유산 자원을 역사적 맥락에서 통합 관리하고자 만들어진 법이 있다. 바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약칭 역사문화권 정비법)'이다.

이는 개별의 문화재가 아닌 지역을 하나의 역사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점(點)단위 문화재에서 공간(空間)단위 개념으로 유산가치를 보존하겠다는 문화재 보존관리체계의 대변환이다.

우리 충북 지역은 예부터 고대국가들이 세력을 다투어왔던 곳이다. 중원역사문화권을 비롯하여 고구려, 백제, 마한, 후백제 등 5개 문화권이 중첩되는 지역으로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 유적으로는 청주 송절동 유적, 충주 제철 유적, 충주 탑평리 유적·장미산성·황새머리고분군과 청주 신봉동 고분군, 충주 고구려비·두정리 고분군과 청주 비중리 불상 등이 신라시대 중원경(지금의 충주)과 서원경(지금의 청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역사문화권 관련하여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충주'와 `옥천'이다. 충주는 칠금동, 탑평리, 의림사지 등 여러 유적에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고유 브랜드화 될 수 있는 충분한 유산자원이 산재한 지역이다. 또한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로 널리 알려진 옥천 관산성은 금산, 논산 황산벌을 잇는 초광역적인 유적 정비 대상으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옥천 관산성은 현재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진 못하지만 6세기 무렵 신라와 백제의 충돌로 백제의 중흥을 꿈꾸던 성왕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았고, 소백산맥을 넘어 영토를 확장하던 진흥왕은 한반도의 남동쪽 구석에 있던 신라를 어엿한 강대국으로 성장시킬 수 계기가 된 역사적인 장소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공간단위 계획에는 구체화를 위한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문화권의 경우 경남도에서 가야문화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김해시에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하였다. 전남도는 마한문화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영암군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있으며, 가까이 충남 역시 백제문화권을 기본으로 충남 역사문화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 충북에서도 그동안 연구포럼의 구성과 학술대회를 지역은 물론 서울, 경주 등 역사 중심지에서 개최하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함과 동시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올해에는 역사문화권 정비 전략계획을 수립하여 향후 사업 방향을 마련하고자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군별 시행계획과 역사문화권 정비를 시행하고 '26년도를 목표로 국립중원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하여 충청북도를 중심으로 한 중원역사문화권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역사문화 공간 구성 및 정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탕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충북도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시군에서도 적극적인 사업 발굴 등 사업에 대한 공감과 추진 의지가 필요하며, 지역에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부흥하기 위한 도민들의 열망이 더 해질 때 비로소 우리가 가진 유구한 역사 자원은 문화 브랜드로 꽃 피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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