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수줍은 사랑 고백
가장 수줍은 사랑 고백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4.05.09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비가 내린 지난 연휴, 차를 타고 달리며 바라보는 차창 밖 풍경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초록의 물결은 비를 맞으며 아름답게 빛나고, 하얗게 어우러진 아카시아꽃과 촉촉한 대지 위에 여기저기 성큼 자라난 이름 모를 들꽃도 스쳐 지나는 이에게 마치 반갑게 인사라도 나누듯 하늘하늘 손짓을 아끼지 않았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오래간만에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가까이 살면서도 이제 곧 아흔을 바라보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이런 때에만 얼굴을 보여 드리는 딸이지만 모처럼 함께 식사하고 담소를 나누니 서운한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앞서는 부모님은 그저 좋기만 하신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가족'이라고 답한다.

가장 소중하고 의지하는 존재이며 삶의 울타리가 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가족은 언제나 만만하고 아무렇게나 하기 쉬우며, 모든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지혜로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좀 다르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필자는 항상 `일'이 우선이었던 것 같아 후회도 되고 회한도 남는다.

다양한 가족을 만나는 일을 하면서 때로는 어려움을 경험하는 가족들을 만나기도 한다.

사랑하면서도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사랑하고 양육해야 하는지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르거나 잘못되어 가족 관계의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서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하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더 크게 실망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사실, 말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에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행복한 가족이 되기를 원하면서도 `내'가 아닌 `너'의 변화만 원하면서 말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 실천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원하고 바라면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모두 알아차릴 수가 없다.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가족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이해받고 싶어 하며 공감 받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신뢰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받을 수 있고 공감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가 되고 희망이 된다.

세 번째는 가족과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서로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와 사랑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시간을 공유하기 바란다. 소소한 일상의 나눔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가족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줄 가족을 위해 지금 하는 일들을 잠시 멈추고 가족을 삶의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에게 하는 사랑 고백이 가장 수줍은 사랑 고백일 수 있지만 좀 뻔뻔해지면 어떤가.

가장 귀하게 여기면서도 가장 뒤늦게 챙겼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가정의 달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