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효와 사랑 이야기
가정의 달 효와 사랑 이야기
  •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 승인 2024.04.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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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객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화려하다. 한마디로 표현해서 그렇다.

중국 시안을 여행하면 꼭 봐야 하는 볼거리, 장한가 공연이다. 2010년 7월, 야외 관람석 1000석은 만석이었다. 지금도 여전하다.

야간에 여산 전체를 배경으로 한 레이저 빔, 수백 명의 무용가와 이들의 화려한 의상. 이 엄청난 스케일에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는다.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이 공연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지은 장편 서사시 `장한가(長恨歌)'를 화청지 무대에 옮겨 놨다.

백거이는 `하늘에서 만난다면 비익조가 되길 원하고, 땅에선 연리지가 되길 원한다'고 노래했다.

여기서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엉켜서 한 나무처럼 자라는 희귀한 현상이다.

연리는 남녀 간의 사랑, 돈독한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지만, 본래는 지극한 효성을 가리켰다.

효성이 지극했던 후한의 채옹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초막을 짓고 예에 맞는 행동을 했다.

그 뒤 채옹의 집 앞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면서 나뭇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됐다.

연리지는 채옹의 효에서 백거이의 사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공자를 비롯해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등 옛 성현들은 효를 모든 행동의 근본(百行之本)이라고 했다. 또 효의 본질을 사랑과 공경에 뒀다.

효와 사랑, 공경은 가정을 근간으로 한다.

5월에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이 들어 있다. 한부모가족의 날(10일), 입양의 날(11일)도 있다. 이러기에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제자가 스승을 존경하고 은혜를 기념하는 스승의 날(15일)도 있다.

그럼에도 자녀 학대, 존속살해 등의 반인륜적 범죄는 끊이질 않고, 이혼 등으로 한부모가족은 계속 늘고 있다.

충북에는 효자와 효부, 열녀들의 행적을 기리는 효열각이 곳곳에 수없이 많다.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난계사 입구에는 왕산악,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추앙받는 박연의 효자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1402년 조선 태종이 하사했다. 효심이 지극해 6년간 시묘를 살았다.

진천 김덕숭 효자각, 청주 현풍곽씨 효자비는 충청북도 기념물로, 청주 곽훈 효자비, 충주 이시진 효자각, 보은 경주이씨 효열각, 단양 원주이씨 효열각은 충청북도 문화재자료로 각각 지정됐다.

증평과 관련한 옛 문헌과 고지도에는 효를 실천한 공자의 제자 증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이는 증자천이란 하천 이름이 나온다.

전설도 적잖다. 보은 효자연못, 옥천 효자정과 효자목, 영동 효자고개, 진천 효자 덕온, 괴산 옥녀봉과 효녀, 음성 각시무덤 등.

사랑 이야기도 전해진다.

단양 온달관광지에서는 고구려 온달 장군과 평강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체험행사가 열린다.

단양군수에 부임한 퇴계 이황과 서른 살 터울의 관기 두향이 매화와 거문고로 맺은 사랑도 그렇다.

진천에 영면한 송강 정철은 먼 유배지까지 찾아온 기녀 강아(진옥)와의 사랑을 간직했다.

제천 박달재의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예전 결혼식장에서 꼭 듣던 주례사가 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신혼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보살피며 비익조가 되고 연리지가 되겠다고 서약한다.

모든 행동의 근본인 효, 그 효의 본질인 사랑과 공경. 천륜과 인륜으로 맺어진 이 도리가 왜 그리 실천하기 어려운 것인지. 되새기는 5월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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