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부동액이란 무엇일까
생체부동액이란 무엇일까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8.01.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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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올겨울 최강의 추위로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시골에 혼자 계신 어머님이 회관으로 마실 다니는 길의 눈도 치워야 하고, 겨울마다 얼어 터지는 보일러도 걱정된다. 눈길에 차를 끌고 가기 두려워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함박눈이 수북하게 쌓인 산길, 10리가 조금 못 되는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간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니 걷는 것이 아니라 발을 끌고 가는 셈이다.

초·중학교 9년을 걸어다닌 길. 오늘처럼 눈 쌓인 날, 검정 고무신에 마른 고추 한두 개 잘라 넣고 볏짚으로 꼬아 만든 새끼줄로 동여매고 오르내려도 힘든 줄 몰랐던 길, 등산 양말에 등산화까지 신었지만 코끝에 스치는 추위는 매섭기만 하다. 매서운 눈보라와 추위에 생물들은 어떻게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까?

식물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눈을 만들기도 하고, 땅에 바짝 붙은 로제트형으로 추위를 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뿐이 아니다. 바로 생체부동액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생체 부동액이란 무엇일까?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 그래서 생물의 세포 속의 물이 얼면 세포가 터져 물이 빠져나가 말라죽게 된다. 그러나 물은 불순물이 많이 섞일수록 더 낮은 온도에서 어는 특징이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자동차의 부동액이다. 식물, 어류, 곤충들도 이와 비슷한 부동액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를 생체부동액이라고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식물은 결빙방지단백질(AFP)을 만든다. 결빙방지 단백질은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막거나 얼음 결정이 크지 않게 해준다. 사막의 부활초는 건조한 겨울에 당으로 가득 채워 어는점을 낮춰 겨울을 버텨낸다. 곤충들도 AFP를 만드는데 알래스카 홍나비의 `누드애벌레'는 이 AFP 덕분에 영하 30℃에서도 얼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어떤 곤충은 여러 종류의 AFP를 만들어 서로 보완하기도 한다. 어류도 식물이나 곤충과는 다른 당단백질(AFGP)과 AFP를 만든다. 이처럼 세포 내 물에 섞인 결빙방지단백질(AFP)이나 당단백질, 당 등 물의 어는점을 낮춰주는 물질을 생체부동액이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물이 다양한 생체부동액을 만들어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빙하기를 거치면서 추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이러한 생물의 다양한 생체부동액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극지 연구소에서 남극의 미세조류가 만들어내는 생체부동액을 이용해 사람의 혈액을 쉽고 안전하게 냉동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다양한 생체부동액을 만들어 내는 생물종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추위에 강한 새로운 농작물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냉동식품의 저장과 장기이식의 냉동 보관 등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우리 인간은 생물들에게 많은 것을 얻어 가며 살고 또 배우며 산다.

`정거장엔 할머니 한 분/ 차는 벌써 떠나갔는데/ 돌아가지도 않고/ 기다립니다/ 어둑-한 길목엔/ 깜박, 깜박, 등불이/ 켜졌어도/ 막차가 떠나간 정거장서/ 할머니는 누구를/ 기다리시는지/우두커-니 서서/돌아가지도 않고 기다리십니다.' (정거장-오장환 )

오장환 문학관 앞 정거장에 게시된 시. 할머니는 누구를 기다리셨을까? 오마고한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이 오지 않은 것일까?

추위에 아무리 대비를 했어도 생물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지금 나는 막차를 기다리지만 눈 속의 생물들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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