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살면 도시가 산다
길이 살면 도시가 산다
  • 홍병곤<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
  • 승인 2017.03.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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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야기
▲ 홍병곤

걷고 싶은 거리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덕수궁 돌담길과 명동 가로수길, 홍대 앞 거리를 보면 각자의 특색에 맞는 조화로운 법칙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사람들이 명동을 많이 찾는 이유는 쇼핑이나 관광객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상점가들이 즐비해 있어 대한민국의 쇼핑 1번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길이 지나다니는 통로라면, 거리는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다시 말하면 거리는 구경거리, 재밋거리가 있는 곳이다. 볼 게 있으니까 오게 되고 다시 찾게 되는 그런 거리 그런 곳이 걷고 싶은 거리이다.

도시에서 거리를 만들 때 이제까지 우리의 생각은 주로 나무를 많이 심고 거리를 넓히고 이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명동이나 가로숫길에서 보시다시피 사실 사람을 걷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점이고 건축이다. 걷고 싶은 거리의 기준은 이벤트 밀도로 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거리를 걸으며 지루해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선택권을 갖느냐, 체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홍대나 가로숫길을 걸으면 테헤란로나 이런 곳에 비해 덜 지루한 것도. 상점가나 건물의 출입구가 많아서이다.

상징적인 거리가 되는데 가장 큰 전제조건 중의 하나가 가로변에 있는 건물들의 입구가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 입구가 생기려면 필지가 작게 나뉘어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는 나무나 쉴 곳이 많은 곳이 아닌 상점의 출입구가 많은 곳이 걷고 싶은 거리이다. 도시에서 상점이 많을수록 다양할수록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오래 걷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 때 다른 거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그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개성이다. 전체 거리에 통일성은 주되 개성은 살리고, 디자인적인 요소는 너무 넣지 말고, 문화적 자원과 거리나 골목이라는 공간적 자원의 콘셉트를 잘 결합하면 최대의 성과물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원래 거리가 가진 장점 중 어떤 것을 살릴까 선택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도시를 살린다는 것 이러한 원도심의 거리를 살린다는 것은 많은 지자체의 과제인데 침체한 도시나 거리를 살린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도시는 작품이 아니어서 건물 하나가 좋은 도시를 만들 수는 없지만 좋은 가로 하나가 좋은 도시 만들기에 기여한다.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재생이 된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면 목이 좋아지고, 이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도심 재생이 된다. 또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하면서 인간관계를 맺으면 사회적 재생이 된다. 도시에서 사람을 걷게 하는 것은 긴밀한 관계, 아주 컴팩트하게 이루어지는 그런 것들이 도시의 장점이고 도시에서 소통이 일어나게 하는 아주 기본적인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고 행복한 도시'라고 학자들은 정의한다. 길이 살면 도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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