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침몰
한진해운의 침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2.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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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부자 망해도 3대 간다지만 그보다 더 훨씬 더 오래갈 것 같다. 유수홀딩스 대표회장으로 800억원대 자산가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얘기다.

그는 무려 1만여명의 실직자를 양산한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2006년 남편 조수호 회장이 사망한 후 2008년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그는 당시 경영 판단 착오로 회사에 큰 손실을 보게 했다.

당시 시세가 1만3000달러 수준이었던 용선료를 3배 이상인 3만~4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선주들에게 배를 빌렸다. 해운업이 호황기로 접어들 것을 기대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반대로 돌았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에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해운업황은 곤두박질 쳤다.

되레 해상 운임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용선료도 같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이미 장기계약으로 `입도선매'한 용선료를 선주들이 인하해 줄 리 만무했다. 시세의 8배나 되는 용선료를 물고 적자 운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하던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1445%까지 상승하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최 회장이 2014년 회사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긴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도 이미 말기 환자인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는 구세주는 되지 못했다. 1조5000억원을 쏟아부으면서 한진해운 살리기에 나섰지만, 채권단과 법원은 결국 파산을 결정하고 말았다.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당장 직원과 하청업체 등 계열사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외에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역시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들이다. 이 회사의 주식은 2010년에 4만원대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발행 주식 수 2억4000만 주에 시가 총액은 무려 10조원에 달했다. 그런 주식이 파산 선고를 앞두고 거래 정지가 되기 직전인 지난 2일에는 78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고점인 4만원에서 780원까지, 총 평가액은 10조원에서 1900억원으로 무려 1/50 토막이 난 것이다.

한진해운에 7년 전에 1억원을 투자한 사람이라면 보유 자산 가치가 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마저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선순위 채권에 배당을 주고 나면 주식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지역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이 회사로부터 매입한 회사채가 휴짓조각이 된 것이다. 그동안 투자금융사들은 한진해운의 회생을 자신하면서 2조원 대의 회사채를 판매, 투자자들을 수렁에 빠뜨렸다.

이런 상황인데 정작 회사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최은영 전 회장은 굳건하다. 그는 2014년 회사의 경영권을 양도할 때 퇴직금과 밀린 급여로 97억원을 챙기고, 이후 부도 기미가 보이자 자신이 보유한 주식 97만여주를 팔아 10억원을 챙겨 국회 청문회에서 질타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알짜 회사인 유수홀딩스는 끝까지 채권단에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한진그룹 계열인 이 회사는 선박관리와 선사 IT솔루션, 운송 주선업 등을 하는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준재벌 기업이다.

경영 파탄을 오너가 책임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해괴한 재벌 문화. 또다시 국민 혈세로 손실을 메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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