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미루지 마라
헌재, 탄핵심판 미루지 마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2.1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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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오늘로 73일째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소추 의결서가 접수되면서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리고 있다. 현재까지 14차례의 심리가 열렸고 앞으로 최종변론을 포함해 3차례의 심리를 앞두고 있다.

애초 60여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던 탄핵심판 일정은 대통령 측의 지루한 변론과 시간끌기로 지연되더니 19일에는 헌법재판소의 최종변론일마저 3월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져도 대통령의 최종 변론이 성사될지도 의문이지만 마지막까지 헌재의 판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는 분명해졌다.

아름다운 퇴장은 아니더라도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기대했던 국민은 오히려 순진했던 바람을 자책하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무엇을 기대하고 탄핵심판에 임하는지 짐작은 가지만 권력의 명암이 이토록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도 흔치 않을 듯 싶다. 몇 차례 대국민 담화문에서 밝힌 대통령의 진심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의 양심과 최소한의 책무감도 찾아볼 수 없기에 더 절망스럽다.

지난해 10월 정유라의 대학부정 입학비리부터 시작해 석 달이 넘도록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게이트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과 말을 두고 벌인 개인비리는 국가경제와 연관되어 있고 정부 요직의 인사 관여는 상식을 뛰어넘어 비리 공직자를 양산했으며 돈이 되는 곳에는 영락없이 국가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검은 손을 뻗쳤다.

사건이 터진 후 지금까지 매일매일 뉴스를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최순실게이트의 뿌리는 깊고 넓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비정상적인 권력이 작동될 수 있었던 것은 속속 밝혀지고 있듯이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배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모르겠다로 일관하고 있는 그들의 무책임은 헌재에서도 두 달이 넘도록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외에선 촛불에 맞선 태극기로 국민들을 갈라놓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자의냐 타의냐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라면 국민의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만 보고왔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취해야 할 조치다.

헌재의 결정을 미룬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지연시킬 것이 아니라 국정 정상화를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루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탄핵심판을 지켜보며 국민의 공분도 커지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대통령의 변론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탄핵심판 일정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지난 17일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에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 8인의 재판관이 유지될 때 탄핵심판 결정을 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의미다.

더 이상 미룬다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 현실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시작된 정책 재편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제재가 현실화되고 있고,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의 우회적 압박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위기설과 금융 위기설, 실업문제까지 겹치면서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회귀가 아닌 미래를, 내일을 여는 판단으로 탄핵심판을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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