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속이고… 온갖 변명 늘어놓고…
원산지 속이고… 온갖 변명 늘어놓고…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1.24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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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설 대목 농축산물 부정유통 단속 현장

농관원 충북지원 원산지 위반·미표기 등 조사

진열상품 훑어만 봐도 국내산·외국산 구별 가능

영세상인 “장사 못해 먹겠다” 푸념에 미안함도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 기동단속반이 청주 전통시장에서 설 대비 농·식품 부정유통 일제단속을 펼치고 있다.

“이 곶감 원산지가 어디죠?”

23일 오후 3시 청주의 한 전통시장. 통로에 길게 늘어선 좌판을 따라 걷던 40대 남성이 설 성수품인 곶감에 관심을 보인다.

원산지를 묻자 상인은 귀찮다는 듯이 한 곳을 가리킨다.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곶감 1팩 60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가 눈에 들어온다.

질문과 다른 답을 얻어서일까. 남성은 신분을 밝히고 되묻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 기동단속반입니다. 곶감의 정확한 원산지를 말씀해주세요.”

상인의 입에선 곧바로 `한 번만 봐 달라', `청소하느라 원산지 표시를 치웠다', `써 놓은 게 떨어졌다' 등 온갖 변명이 쏟아진다.

이현구 농관원 기동단속반 팀장은 상점 안으로 들어가 조사를 시작했다. 영업신고증을 토대로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원산지 미표기 상품 수량과 가격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조사를 끝낸 이 팀장은 시정명령서와 과태료부과 의견 진술안내서를 건네고 상점 밖으로 나왔다. 그의 등 뒤에선 `장사 못 해 먹겠다'라는 푸념이 들렸다.

“영세 상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우리 임무가 먹을거리 안전을 확보하는 거잖아요.”

단속은 계속됐다. 방앗간부터 반찬가게, 두부(청국장) 제조업체, 정육점에 이르기까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단속 방법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진열 상품을 훑어보는 게 전부였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취재진에게 이 팀장이 물었다. “대충 하는 것 같죠? 국내산과 외국산은 각기 다른 특징이 있어요. 일반 사람이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저희는 단번에 알아채죠.”

원산지 구별법을 배우며 시장을 걷고 있던 그때였다. 단속반의 발길이 한 채소가게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선 판매대 위에 놓인 고사리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고사리를 담은 스테인리스 용기 한편에 놓인 원산지 표기가 문제였다.

`북한산 고사리 1근 5000원'. 북한산 고사리는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북한에서 난 고사리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중국산으로 표기해야 한다.

채소 가게 업주는 “고사리를 대준 업체에서 북한산이라고 했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단속반은 업주로부터 고사리 납품 업체를 파악하고 사실 확인서를 받은 뒤 발길을 돌렸다.

현미경(?) 단속 대상에는 기호식품도 포함됐다. 분식점 등이 몰린 시장의 한구석. 족발을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점이 미국산 미니 족발을 국내산으로 속이다가 덜미를 잡혔다.

“수입 미니 족발은 국내산과 가격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요. 조리를 해 팔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배로 뛰죠. 업주들이 적발 위험을 무릅쓰고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것도 이 때문이죠.”

단속반은 영업신고증과 족발 납품 영수증을 압수한 뒤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원산지 거짓 표시는 형사입건 대상인 까닭이다.

이날 단속에서 적발된 업체는 모두 2곳이다. 유형별로는 원산지 거짓 표시와 과태료를 무는 미표시 각 1건이다.

이 팀장은 “설날에 대비해 부정유통 행위 차단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이 농·식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농관원 충북지원은 지난 8일부터 설 대비 농·식품 부정유통 일제 단속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 특별사법경찰 70여명 등을 투입 △원산지 거짓 표시 39건(형사입건), 미표시 10건(과태료 343) △양곡 거짓 표시 2건(형사입건), 미표시 5건을 적발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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