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꽃길만 걸어가길 …
이제 꽃길만 걸어가길 …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1.24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축사 노예 `만득이'로 불린 고모씨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남들보다 40년 늦은 48세라는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고 씨의 인생 2막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에 청주교육지원청 특수방과후 지원센터 소속 특수교사들은 고 모씨가 공부하면서 사용할 학용품을 어떻게 지원해 줄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고 씨를 여러 번 만났다는 담당 장학사는 아직은 낯선 이들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에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담당 장학사는 고 씨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어도 대화 한 마디 건넬 수는 없었지만 눈빛만으로도 불안해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안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배움의 기회를 갖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고 씨가 걸어갈 새로운 인생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적장애 2급인 고 모씨는 19년간 축사 옆 쪽방에서 살며 임금도 못 받고 강제 노역을 하며 살았다. 19년간 고 씨의 삶은 `축사 노예'라는 말처럼 고되고 힘들었다. 1997년 일하던 농장에서 행방불명되기 전까지는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정규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나머지 19년은 축사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다.

고 모씨의 후견인인 사촌형은 그가 이름 석 자라도 쓰고 기본적인 계산이라도 해야 제 앞가림이라도 할 것 같다며 초등학교 입학을 권유했다. 여느 학생들처럼 교실에 앉아 공부하지 않고 고 씨는 특수교사가 그가 일하는 작업장을 방문해 수업을 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문턱을 밟아보지 못한 고 씨에게 다가올 3월은 어떨까 자못 궁금하다.

 `지선아 사랑해'저자 이지선씨 역시 오는 3월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로 강단에 선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이던 2000년 7월 이 씨는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3도 화상을 입고 30번이 넘는 수술과 재활 치료 끝에 삶을 되찾았다.

거듭된 수술로 몇 번 수술했는지 30까지 세다가 포기했던 그녀다. 교사가 꿈이었던 그녀가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

그녀는 12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 방송에서 힘든 유학생활 포기하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유학생활이 너무 힘들어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던 적이 너무 많았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1000번이 넘게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해놓고 내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지선씨는 교수로서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지선씨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장애는 동정과 연민, 시혜의 대상이 아니거든요. 우리 모두 마라톤 러닝메이트처럼 함께 뛰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힘든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끔은 호기심의 대상으로, 편견의 대상으로 이들을 바라봤던 사회가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다는 마음으로.

나란히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올해 꽃피는 춘삼월은 살아온 인생 가운데 가장 찬란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